철창 안의 원숭이는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었다.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인간의 자유로운 일상을 충실하게 관찰하던 원숭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혼자서 배운 인간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과 원숭이, 과연 어느 쪽이 갇혀 있었던 것일까.
4일 막을 올린 배우 장두이의 모노드라마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에서 ‘빨간 피터’는 인간 세상에서 10년간 살며 보고 들은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원숭이는 밀림에서 살다 본의 아니게 인간에게 잡혀온다. 동물원에 가기 싫었던 원숭이는 인간의 말을 배우고 서커스단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원숭이에게 인간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조롱의 대상이기도 했다.
고(故) 추송웅이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올려 유명해진 이 연극은 프란츠 카프카의 원작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작품이다. 원숭이로 분장한 장두이는 작품을 경쾌하게 풀어나가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분위기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원숭이의 동작을 흉내 낸 움직임이나 연극의 주요 대목에서 부르는 노래들을 통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1인극’의 약점을 극복해냈다. 2004년 1월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알과핵소극장. 화∼금 오후 7시반, 토 일 공휴일 오후 4시, 7시. 1만∼2만원. 02-3673-1545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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