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철교수의 性보고서]눈물겨운 '의무 방어전'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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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인 K씨는 요즘 자신이 ‘경처가’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경처가는 아내의 이름만 들어도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남성을 일컫는 말.

최근 K씨의 부인은 사소한 문제로 화를 내더니 결국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K씨의 얼굴을 사정없이 할퀴었다. K씨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부부싸움이 일어났으므로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K씨는 처음 몇 번 발기부전이 있었고 이 때문에 면박을 당하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그는 성관계 중 부인의 평소 거친 모습을 생각하면 저절로 시들어버려 ‘면박의 악순환’ 속에서 부인에게 휘둘림을 당해야 했다. 그는 최근 부인 몰래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고 ‘의무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있다.

50세 이후의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성적 만족보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의무 방어전’을 갖는다.

자신과 배우자의 성적 만족 성취 중 어느 쪽이 우선인지는 남녀, 연령,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젊은 남성은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자신의 성적 욕구를 성취시키는 것이 우선일지 모르지만 중년 이후의 남성은 자신의 사정욕구 본능보다 배우자의 성적 만족을 먼저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된다.

‘화이자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후 한국 남성들은 부부관계를 갖는 이유로 자신과 배우자의 성적 만족을 성취하기 위해서가 각각 75%, 74%로 비슷하게 대답했다. 남성본위의 성에서 여성 배려 쪽으로 많이 이동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남성의 75%가 부부관계를 성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한다고 응답해 세계평균(40%)보다 월등히 높았다. 한국의 중년 이후 남성들이 부부관계에 대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동시에 한국 남성의 62%(세계평균 36%)는 ‘여성은 배우자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성은 자기 자신의 성적 만족(54%)보다 배우자의 성적 만족을 성취시키기 위해 성관계를 갖는다는 의견(61%)이 많아 성의 남성 본위적 사고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여성의 66%(세계평균 47%)가 ‘남성은 유대관계보다 섹스에 더 관심이 있다’고 응답해 부부관계시 한국 남성의 여성에 대한 배려가 세계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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