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문봉선 '정중동'展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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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온 문봉선씨(42)가 12월4일까지 서울 포스코미술관에서 '정중동(靜中動)'전을 연다. 그는 수묵을 여전히 우리 시대의 가능성 많은 회화장르로 인정받게 한 작가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 가졌던 '선 미술상 수상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당시 그는 기존에 그려왔던 북한산이나 섬진강처럼 '보이는 산수(실경산수·實景山水)'에서 공기나 바람 같은 '보이지 않는 산수' 로 작품세계의 전환을 시도했다. 이번 출품작들은 20대 때부터 여러 공모전에서 큰 상을 받아 일찍이 화단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마흔 줄에 접어들면서 일으킨 내적 혁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아직 변신의 완성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1년 전에 비해 기법이나 표현이 무르익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봄비' 동녘' '수면' '아침' '바람' 같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의 그림은 어느 특정 지역이 아니라, 어디에서고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편화된 산수를 보여준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어떤 물상(物像)이 아니라 이를 에워싸고 있는 '기운' 즉 '에너지'다.

'바람(風·74X145cm)'은 두 개의 면에 농담을 달리한 엷은 먹을 칠한 뒤 가는 사선을 수 없이 그은 작품이다. 여인의 머리카락처럼 휘날리는 수양버들의 운동감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하늘을 여백으로 남겨 놓은 뒤 뒷산 봉우리를 엷게 그리고 앞 들녘은 어둡게 표현한 '노을'은 그가 수묵적인 기법과 표현을 현대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중국 난징에 1년 체류하면서 북경 'Soka' 화랑에서 중국전을 가진 것이 작품에 큰 자극이 됐다. 당시 그는 수묵 전통이 깊은 중국인들로부터 '현대화에 노력하는 한국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이 지우고 더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02-3457-1665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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