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꿀벌나무'…" 저 벌 따라가면 꿀벌나무 찾나요?"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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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나무/패트리샤 폴라코 글 그림 서남희 옮김/32쪽 8000원 국민서관(만 4∼6세)

일요일에 큰 서점 어린이책 코너는 시끌벅적하다. 그중 요즘 특히 눈을 끄는 건 의자까지 갖추고 앉아서 조곤조곤 자기 아이에게 책 읽어 주는 아빠의 모습이다. 주위가 시끌시끌 정신이 없어도, 읽어주는 아빠나 듣는 아이나 초롱초롱 책 속에 빠져 있다. 저렇게 책에 빠진 눈을 본 기억이 또 있다.

곧 고등학생이 되는 우리 큰애가 어렸을 때, 무심히 열어본 아이 방의 풍경. 오후 햇볕이 따뜻한 창 옆에서, 아이는 두 다리를 쭉 펴고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뚫어질 듯이. 마치 책 속에 들어가 버린 듯한 눈빛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한다지… 그러다가 놀이가 재미있고 친구가 재미있어지면 책읽기가 지루해진다는데.

책 표지를 펼치자마자 나오는 초롱이의 모습, 정말 책읽기 싫은가보다. 쿠션을 두개씩 끼고 있어도, 손으로 머리를 고여봐도 편안한 얼굴이 아니다. 의자를 가지고 얼마나 비비적거렸으면 바닥에 양탄자가 다 구겨져 있다. ‘어떡하지, 뭘 하지’ 머릿속 복잡한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께 가서 던지는 폭탄같은 한마디. “할아버지, 책읽기 싫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반응이 의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꿀벌나무를 찾으러 가면 딱 좋겠다!”하시니.

할아버지는 초롱이를 데리고 꿀이 있는 나무를 찾으러 간다. 할아버지와 함께 가니 혹시 어슬렁어슬렁 느릿느릿 가는 게 아닐까 싶은데, 작은 벌 한 마리를 쫓아가는 길은 신나게 바쁘다. 동네 사람들이 다 쫓아온다. 거위, 복조리 아줌마, 천둥소리 아저씨, 멋진 수염씨, 연두양, 완두양, 금반짝양 ,산노래군, 염소떼, 악사들.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한글이름이다. 뚱뚱하다는 것, 자전거에서 소리가 많이 난다는 것, 바람둥이라는 것, 요들송을 부른다는 것 등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름만으로 상상해낼 수가 있다.)

‘끼이익끼이익, 타다닥타다닥, 덜컹덜컹, 꽥꽥 꽉꽉, 매∼’ 소리로 정신없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달려가는 사람들은 점점 더 속도가 붙어, 보고만 있어도 숨이 가쁠 지경이다. “야호, 신난다, 신나!”

결국은 책 속의 지식은 달콤한 것이지만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마무리 되지만, 이 책을 읽는 일은 너무나 신나고 즐겁다. 그리고 정말 모든 책을 읽는 일이 재미있고 달콤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형식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와 잘 맞물려 있어 주는 즐거움이다.

마지막 페이지, 초롱초롱한 눈빛의 초롱이 모습이 부럽다.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아는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동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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