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僞作 ‘망신’…율곡-다산 유묵 가짜 판명

  • 입력 2003년 11월 12일 0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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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선 성리학의 세계-사유의 실천’ 전에 출품된 율곡 이이와 다산 정약용의 유묵(遺墨)이 가짜로 판명됐다.

중앙박물관측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김양동(계명대) 이완우(대전대) 송일기(중앙대) 이태호 교수(명지대), 이정섭 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실 전문위원 등 서지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위작(僞作) 의혹이 제기된 이 유묵들을 감정한 결과 위작으로 판명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유묵은 전시기간 중 11일 일부 교체 전시될 예정이었던 후반 품목에 포함돼 초반 전시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위작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중국 고문(古文)의 글씨를 베낀 글씨첩이라는 19세기 유묵과 율곡 이이(1536∼84)가 당나라의 재상이 쓴 글을 옮겨 썼다는 설명이 붙은 16세기 유묵이다.

김권구(金權九) 박물관 고고부장은 “율곡의 유묵은 1980년 한 유물 수집가가 6000여점의 유물을 기증할 때 포함되었던 것이고, 다산의 유묵은 조선총독부시절부터 전해 온 유물”이라며 “감정 결과 율곡의 유묵은 율곡 특유의 글씨체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판명됐고, 다산의 유묵은 동일한 호를 사용한 중국 작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물관측은 전시하려던 이들 유묵이 가짜로 판명나자 전시하지 않았다. 또 박물관측은 뒤늦게 전시도록에 정오표를 붙여 새로 나눠주는 한편 서지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내년 초 서지학 및 서예 전공 학예사를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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