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들의 결투’…18세 소띠 동갑 최철한-원성진 대결

  • 입력 2003년 10월 31일 18시 15분


코멘트
“송아지들의 격돌이요? 이젠 다 자란 황소들 같은데요.”

1985년 소띠해 18세 동갑내기인 최철한 5단과 원성진 5단. 그동안 신예라는 의미에서 동갑인 박영훈 4단과 함께 ‘송아지 삼총사’로 불렀다. 하지만 그들의 성적을 보면 이젠 그 꼬리표를 뗄 때가 됐다.

최 5단과 원 5단이 천원전 결승에서 만났다. 여기서 승리하면 둘 다 생애 첫 우승컵을 안게 된다. 가장 친한 사이이지만 양보할 수 없는 대결인 셈.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 보면 최 5단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올해 49승 9패(승률 84.5%)로 원 5단의 39승 12패를 앞선다. 최 5단은 현재 다승과 승률 부문에서 1위.

특히 천원전 준결승에서 조훈현 9단과 둔 바둑을 보면 절정에 오른 그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 대국에서 초반 15개의 백 대마를 잡은 뒤 조 9단의 중반 흔들기를 적절히 막아내고 다시 13개의 백돌을 잡으며 쾌승을 거뒀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선 원 5단이 실속을 챙겼다. 원 5단은 올해 열린 삼성화재배 LG배 농심배 등 세계대회 본선에 모두 진출했다. 특히 LG배에선 4강까지 올라가 세계대회 타이틀 획득을 꿈꾸고 있다.

두 대국자는 그동안 활약에 비해 공식 대국에서 자주 부닥치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최 5단이 1승 2패. 올해는 한 판도 두지 않았다.

두 기사의 기풍도 상반된다. 최 5단의 바둑은 계가까지 가는 예가 드물다. 최근 10판의 대국 중 계가를 한 것은 2번뿐이다. 전투를 즐기고 빠른 수읽기를 통해 상대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버린다.

이에 비해 원 5단은 두텁게 두면서 천천히 조이는 뚝심이 상대를 질리게 한다. 최 5단은 “둘 다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승부에 앞서 재미있는 바둑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