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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26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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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철 민석 형제는 26일 경기 성남시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제1회 삼성출판사배 어린이 트라이애슬론(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연속해서 하는 경기) 대회에 나란히 도전했다.
어린이만을 위한 국내 첫 철인3종 경기로 220여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선철군은 초등학교 4학년 중 3등, 민석군은 1학년 중 7등을 차지했다. 2001년부터 매일 아침 아버지의 지도 아래 뛰고 수영하고 자전거를 탄 결과다.
“사이클에서 부딪쳐 쓰러지지만 않았어도 1등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상위권 성적을 거둬 후련해요.”(선철)
“완주한 거면 1등 한 거 아닌가요? 난 지는 게 정말 싫은데….”(민석)
이들 형제가 철인3종 경기를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운동에 소질이 없었기 때문. 1995년 이후 트라이애슬론 올림픽코스(수영 1.5km, 자전거 40km, 마라톤 10km) 10회 등 모두 20여회 완주 경력의 문 원장은 자식들이 축구선수가 되길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첫째 선철군은 축구장에서 공을 피해 다니거나 멀뚱히 서 있기 일쑤였다.
특히 둘째 민석군은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다. 콩팥에 물이 차는 수신증으로 돌이 갓 지났을 무렵 콩팥 하나를 떼어냈다. 나머지 콩팥에도 문제가 생겨 병원측으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민석군은 두 달 가까이 투병한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아직 매년 한 번씩 통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버지의 운동요법 덕분에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문 원장은 “트라이애슬론은 극심한 고통을 이겨 내면서 자기성찰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포츠”라며 두 아들, 그중에서도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낸 민석군이 자랑스러운 듯 물끄러미 쳐다봤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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