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태 前KBS사장 선암사서 수계 정식 승려로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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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태씨(오른쪽)가 수계식 도중 팔뚝에 향을 태우는 연비를 받고 있다. -연합
박현태씨(오른쪽)가 수계식 도중 팔뚝에 향을 태우는 연비를 받고 있다. -연합
“불교에 심취한 지 오래됐지만 정식으로 가사(袈裟)를 입으니 새롭게 태어난 느낌이 듭니다.”

고희의 나이에 출가해 화제가 된 박현태(朴鉉兌·70) 전 KBS 사장이 22일 전남 순천시 선암사에서 열린 ‘불교 태고종 합동 득도 수계식’에서 계를 받아 정식 승려가 됐다. 법명은 지연(知淵).

그는 수계식 도중 연비(계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팔뚝에 향을 피우는 것)를 할 때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지만 이내 연비를 통해 속세의 앙금을 말끔히 털어냈다는 듯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합장을 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신문기자, 국회의원, 대학총장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가 속세에서 버리기 힘들었던 것은 없었을까.

“딱히 버릴 게 없었습니다. 사회생활 하면서 원한 진 것도, 원망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도 없어요. 네 딸도 모두 시집보냈고…. 그저 담담할 따름입니다.”

지난 한 달간 행자교육을 통해 염불, 절, 참선, 독경 등 기본교육을 받아온 그는 21일 마지막 통과의례로 절 입구에서부터 선암사까지 1km 정도의 거리를 일보일배(一步一拜)로 올라왔다. 그는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교육받는 게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불자가 되기 위한 길에 힘든 게 어디 있느냐”며 허허롭게 웃었다.

그는 일단 속가(俗家)에서 지내면서 내년 여름 완공되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백련사의 주지로 일할 예정이다. 그는 “신도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달래주는 좋은 상담자가 되고 싶다”며 “세속에서 많은 풍상을 겪었으니 그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가 신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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