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화]만화로 보는 재즈 100년史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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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암스트롱, 도대체 재즈가 뭡니까.”

“그렇게 묻고만 다니면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암스트롱의 답처럼 재즈는 체험의 음악이다. 스윙과 비밥 리듬에 어깨를 으쓱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려야 참맛을 알게 된다.

재즈 칼럼니스트 남무성(사진)씨가 재즈 100년의 역사를 담은 만화책 ‘재즈 잇 업’(Jazz It Up·폴리미디어)을 펴냈다. 그림과 글을 직접 그리고 썼다. ‘재즈 잇 업’은 분위기가 ‘업’되도록 격렬하게 재즈를 연주하라는 표현. 국내에서 재즈 만화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책은 미국 뉴올리안즈에서 태동한 초기 재즈부터 포스트모던 재즈까지 재즈의 역사에서 굵은 족적을 남긴 뮤지션과 앨범, 시대별 흐름을 짚었다.

루이 암스트롱과 베니 굿맨으로 대표되는 재즈의 여명기(1900∼1930)에는 뉴올리안즈에서 재즈가 시작됐고 이어 시카고 뉴욕 캔자스로 전파되면서 스윙 리듬이 유행했다.

1940년대에 디지 길레스피에 의해 비밥이 등장했으며 찰리 파커, 빌리 홀리데이 등 전설 속의 명연주자와 가수들이 활약했다. 1950년대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의 모던화를 이끈 ‘쿨재즈’와 ‘하드밥’을 탄생시켰고 이어 프리, 아방가르드, 컨템퍼러리 재즈 등 다양한 재즈들이 등장한다.

남씨는 만화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초심자답지 않게 깔끔한 그림들을 선보인다. 그는 “재즈의 다양한 장르와 역사를 쉽게 이해하려면 만화가 제격”이라며 “독자들이 재즈 명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도록 실제 모습과 가깝게 그렸다”고 말했다.

남씨가 주목한 것은 재즈 뮤지션들의 숨겨진 일화. 걸출한 뮤지션들로 재즈 역사가 풍성해진 점을 감안하면 뮤지션들의 에피소드가 재즈의 흐름을 이해하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1920∼30년대 블루스의 여왕으로 불렸던 베시 스미스가 1937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이 몰던 응급차가 외면하는 바람에 숨진 사실은 재즈가 흑인의 감성에서 나온 음악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가 1988년 네덜란드 공연 때 초라한 행색으로 공연장으로 들어가려다 수위에게 제지당해 공연이 늦어진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음악에 대한 재즈 뮤지션들의 잠언도 새길 만하다. 모던재즈 피아니스트인 셀로니어스 몽크는 “음악에서 절정의 순간은 음과 음 사이의 짧은 정적에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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