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시간의 지도:달력'…1주일은 언제 7일로 정했을까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17분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랭부르 형제가 그린 ‘베리 공작의 풍요의 시절’ 중 2월(왼쪽)과 10월.사진제공 까치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랭부르 형제가 그린 ‘베리 공작의 풍요의 시절’ 중 2월(왼쪽)과 10월.사진제공 까치

◇시간의 지도:달력/E G 리처즈 지음 이민아 옮김/412쪽 1만5000원 까치

추석, 말복, 기일 등 어떻게 보면 우리 일상은 달력에 맞추어 돌아간다. 그런데 왜 달력은 일주일을 주기로 하고 있을까. 1주일은 왜 5일이나 10일이 아닌 7일일까. 지금 달력은 언제 처음 나왔을까.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생물물리학과에서 강의했던 저자 리처즈는 달력간 날짜 변환 컴퓨터 프로그램 작업을 하게 되면서 달력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로인해 달력에 관한 온갖 문헌들을 뒤지게 되었고, 결국 자신의 작업을 정리하여 정통 학술 연구서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과 비슷한 지적 호기심을 지닌 사람들을 위한 책을 엮어냈다.

저자의 탐구욕을 반영하듯 이 책에는 달력과 관련된 각종 정보가 빼곡히 들어 있다. 달력 제작을 가능하게 한 천문학적 지식, 시간과 시계에 관한 이론, 날짜 계산에 필요한 산수에서부터 세계 각 지역 달력들의 유래, 변천, 이에 얽힌 문화사까지 다루고 있다. 그야말로 달력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엮은 형식 역시 백과사전의 용어 해설을 연상시킨다. 책의 2부인 ‘세계의 달력’ 편에서 우리는 프랑스 철학자 오귀스트 콩트가 ‘실증주의력’을 만들어 11월을 데카르트, 9월을 구텐베르크로 부르고자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제로 요일을 7일이 아닌 5일과 10일로 바꾸고자 한 시도도 있었다. 기득권 세력인 종교에 대한 반발도 배경이 됐던 프랑스혁명의 주도자들은 1793년 7일 일주일 제도를 폐지하고 10일 일주일 제도를 도입했다. 혁명의 실패와 함께 결국 이 새로운 제도도 한 편의 에피소드로 남았다.

달력 개혁의 역사는 구교와 신교, 동방 정교회간의 충돌의 역사이기도 했다. 율리우스력에 따른 부활절 날짜가 계절 변화와 심각한 편차를 겪으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온 그레고리력이 세계적으로 채택되기까지 수세기가 걸렸다. 교황 그레고리가 내놓은 해결책이라는 이유로 반(反)가톨릭 정서의 영국이나 동방 정교회에서 거부했던 것. 1908년 동방 정교가 널리 퍼져 있던 제정 러시아 올림픽 대표팀은 그레고리력을 채택하지 않은 탓에 개최지인 런던에 12일이나 늦게 도착했다.

달력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용어 설명식으로 정리된 이 책은 편리한 입문서이다. 주제에 따라 정보량에 편차가 있고, 중복되는 내용들이 발견되는 것이 단점이랄 수 있다.

그러나 달력의 변천을 사회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이로서는 이 책에서 깊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교회 종탑에 처음 기계로 가는 시계가 설치됐던 것이 수도승들에게 규칙을 내면화시키고자 하는 교회 정책의 일환이라는 오토 마이어의 ‘시계와 저울’에서 볼 수 있는 해석을 이 책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달력에 관한 세계사의 에피소드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박진희 동국대 강사·과학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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