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동아-조선 취재거부]공영방송 PD가 ‘정치色’ 드러내

  • 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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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협회(회장 이강택·李康澤)가 KBS 프로그램의 편향성에 대한 동아, 조선일보의 최근 보도를 ‘총선을 앞둔 색깔론 시비’로 규정하며 두 신문의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두 신문에 공세를 폈다. ▶본보 9일자 A2면에 보도

KBS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재독 학자 송두율(宋斗律)씨를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은 자사의 프로그램 ‘한국사회를 말한다’ 등으로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으며 정연주(鄭淵珠) KBS 사장은 결국 국정감사장에서 이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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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KBS PD협회는 8일 총회를 열어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 벌이고 있는 KBS에 대한 색깔론 시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결의문을 채택했다. KBS노조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KBS PD협회 결의문 어떻게 나왔나=전국언론노조 KBS노조 참여연대 민중연대 민언련 민주노총 등은 8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나라당 보수언론 KBS 색깔공세 중단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송씨 사건을 계기로 KBS에 가해지는 이념 공세는 내년 총선에 대비해 KBS를 길들이려는 정략적 목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전 KBS PD협회는 총 800여명의 PD 중 70여명이 참석해 결의문을 채택한 데 이어 노조와 함께 ‘비상대책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최근의 KBS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정치적 색깔공세’로 규정한 이 결의문은 이날 시민단체 공동기자회견문에서 나온 주장과 유사하다.

▽결의문의 ‘정치성’ 논란=KBS PD들은 결의문에서 △정 사장 취임 이후 KBS 개혁의 방향을 확고히 지지한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프로그램 속에서 정치개혁과 신문개혁 여론을 확산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기한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은 공영방송의 PD들이 정 사장의 개혁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프로그램을 통해 개혁의 전위를 자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석호(方碩晧·방송법) 홍익대 교수는 “공영방송 PD들이 현실 정치적 이슈에 깊숙이 발을 담그고 개혁을 독점하겠다는 뜻을 공개 선언한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정치적 독립이 생명인 공영방송이 스스로 정치집단화하겠다면 공영방송이 아니라 ‘관영방송’으로 불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 조선의 취재 거부=KBS PD협회가 동아, 조선일보의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사’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 같은 방식은 얼마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동아일보의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언론학자들은 KBS에 대한 취재를 원천봉쇄해 신문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문재완(文在完·언론법) 단국대 교수는 “사기업은 모르겠지만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의 PD들이 취재를 거부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공영언론사가 특정언론사의 논조와 관련해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일종의 ‘정부기관 검열’과 비슷한 것으로 언론자유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충환(金忠煥) KBS 홍보실장은 “KBS PD들의 취재거부이지 KBS의 거부는 아니다. PD협회의 요구를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정 사장이 15일까지 해외출장 중이서 KBS의 공식 입장은 다음주 중반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다.

▽네티즌 반응=KBS PD협회의 결의문이 알려진 뒤 KBS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들을 비판하는 글이 하루 동안 100여건이나 올랐다. 시청자 ‘김용(kyungpsj)’씨는 “KBS의 PD들이 특정신문의 논조를 문제삼아 취재를 거부한다면 시청자들은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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