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창동 장관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 입력 2003년 10월 9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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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씨 사건이 왜 논란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발언은 이해하기 어렵다. 송씨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나 나름대로의 생각과 견해를 가질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장점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 나라의 국무위원이라면 할 말과 안할 말쯤은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이 장관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송씨가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간첩이었든, 아니면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된 지식인이었든 송씨의 개인사에 분단의 비극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이 장관만이 탈(脫)냉전의 시대에 살고 있고 나머지 다수의 국민은 아직도 냉전이라는 협소한 인식의 틀에 갇혀 관용 대신 증오의 대립구도에 매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만이다.

송씨 사건은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찰은 검찰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국무위원이라는 사람이 이런 노력을 비웃고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야 되겠는가. 송씨 사건이 왜 논란거리가 되는지를 모른다면 무엇보다 문화부 장관으로서 여론을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국민은 우선 송씨 사건과 관련된 모든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런 가운데 논란이 없을 수 없다.

‘송씨의 입국은 우리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발언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정상참작의 사유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씨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면 이를 통해 우리 사회 내부의 이념적 갈등을 스스로 해소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소중한 가치를 더욱 튼튼하게 가꿔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송씨 사건을 언론의 ‘매카시즘 광풍(狂風)’쯤으로 보는 듯한 이 장관의 사고가 문제이지 진실을 캐기 위한 사법 당국과 언론의 노력이 논란거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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