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0월 극장가 광활한 '황산벌' 서 '스캔들' 일으켜봐?

  • 입력 2003년 10월 8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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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개봉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영화계에 흥행 스캔들을 일으키고 있다.' 퓨전 역사코미디'를 표방하며 17일 개봉하는 '황산벌'이 '스캔들'의 질주에 얼마나 브레이크를 걸 것인지가 10월 영화가의 관심거리. 올 부산국제영화제에 각각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일본과 한국의 공포영화 두 편은 1주일 간격으로 개봉해 극장가에서 격돌한다.》

●스캔들 vs. 황산벌

코미디로 시작해 비극으로 끝나는 점, 배우들은 진지하나 관객은 웃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공통점.

▽스캔들=상상만 해도 즐거운 배용준과 전도연의 정사 장면과 “여자의 마음은 닫혀 있더라도 그 품만은 남자를 향해 열려있거늘”과 같은 남녀관계에 대한 냉소적인 통찰을 담은 대사들이 꿈틀거린다. 조선시대 사대부 정실부인(이미숙)이 바람둥이 선비(배용준)와 짜고 9년간 수절한 정절녀(전도연)를 무너뜨린다.

▽황산벌=삼국시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신라 장군 김유신(정진영)을 맞아 전라도 사투리로 ‘무장’한 백제 장군 계백(박중훈)이 황산벌에서 죽음의 대결을 펼친다. “우리의 전략 전술적인 거시기는 한 마디로 머시기할 때까지 거시기한다”는 계백 장군의 지령을 빼낸 신라군이 ‘거시기’의 의미를 놓고 혼란에 빠지는 등 사투리를 둘러싼 오해와 착각이 주된 웃음 코드. 백제 병사 ‘거시기’로 출연한 이문식이 이번엔 페이소스를 선물한다. ‘인력 블록버스터’라는 배우 정진영의 표현대로 김승우 신현준 전원주 등의 깜짝 출연도 볼거리. 정색을 하고 비극으로 변하는 종반이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도플갱어 vs 아카시아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일본 심리스릴러 ‘도플갱어’와 한국영화론 처음으로 폐막작에 선정된 공포영화 ‘아카시아’가 연달아 개봉한다.

▽도플갱어=10년 전 발명한 첨단의료부품의 성공으로 영웅 칭송을 받는 과학자 하야사키는 인공지능 프로젝트 연구에서 계속된 실패로 슬럼프에 빠진다. 어느 날 그에게 죽음의 전조로 여겨지는 또 다른 자아(도플갱어)가 접근해 연구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쉘 위 댄스’로 친숙한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고지가 1인 2역을 맡았다.

▽아카시아=‘여고괴담’으로 주목받은 박기형 감독의 신작. 피 칠갑 없이 심리 게임과 음습한 무드로 공포를 조성한다.

●스타배우 vs 스타감독

니콜 키드먼과 리들리 스콧 등 스타급 배우와 감독은 잔잔한 소품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버스데이 걸=‘디아더스’와 ‘디아워스’로 묵직한 심리연기를 보여준 니콜 키드먼이 섹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소극적인 은행원 존 버킹검은 웹 사이트를 통해 러시아 신부를 ‘주문’한다.

‘주문품’인 나디아와 행복한 삶을 누리던 존에게 나디아의 사촌오빠라는 유리와 그의 친구 알렉세이가 들이닥친다.

▽매치스틱 맨=결벽증과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는 사기꾼 로이는 정신과 의사 클라인 박사와 상담하던 중 이혼한 전처가 낳은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일리언’ ‘글래디에이터’ 등 선 굵은 화제작을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번엔 신화, 역사, 미래에서 탈피하고 소소한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기타

▽쌍웅=적도 동지도 아닌 경찰(정이건)과 악한(여명)의 관계,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악한의 운명 등 홍콩 액션영화의 전형적 설정은 여전하다. 여기에 권총보다 강력한 낭만적인 최면술이 추가됐다.

▽냉정과 열정 사이=서로를 못 잊는 남녀의 섬세하면서도 수채화 같은 재회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첫사랑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하는 준세이(다케노우치 유타카)의 직업이 ‘과거를 복원하는’ 중세회화 복원사라는 설정이 재치 있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연애편지를 보내오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찾아나서는 추리 형식에 코믹 로맨스를 엮은 영화. ‘부잣집 아들’이 아닌 ‘가난한 청년’ 김남진을 만날 수 있다. 이동통신 광고 출연으로 유명해진 CF 출신 용이 감독의 데뷔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멕시코를 배경으로 탐욕, 복수, 액션, 멜로를 뒤섞은 로드리게스 감독(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 주연)의 영화. 타락한 CIA 요원이라는 닳아빠진 악역 이미지를 극복하는 조니 뎁의 창조성에 주목할 만하다.

▽위대한 유산=‘색즉시공’의 임창정, ‘몽정기’의 김선아란 캐스팅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코미디 영화. ‘백수’와 ‘백조’ 생활을 하는 두 실업자 남녀가 500만원을 두고 좌충우돌한다.

▽정사=주연 남녀의 파격적 노출과 실제를 방불케 하는 정사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중년의 무명 여배우와 이혼남이 맺는 불륜의 정사를 일상이 빚어내는 ‘고단한 습관’으로 해석했다. 그들의 기계적 섹스에 점차 사랑이 개입된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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