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백건우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전곡집 25일 출시

  • 입력 2003년 9월 2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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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씨가 내놓은 쇼팽앨범 표지. -사진제공 유니버설뮤직
백건우씨가 내놓은 쇼팽앨범 표지. -사진제공 유니버설뮤직
“쇼팽이 연주활동을 펼쳤던 파리를 떠나, 그가 청년이 될 때까지 살았던 바르샤바에 도착했습니다. …쇼팽이 자라난 집 옆의 산책로를 거닌 뒤 그 기분을 간직한 채 녹음을 한다는 것, 그것이 저와 쇼팽을 더욱 가깝게 이어주었습니다.”

‘건반 위의 구도자(求道者)’ 백건우가 피아노 음악사상 가장 빛나는 명인인 쇼팽의 작품을 들고 팬들과 만난다.

25일 데카 레이블로 발매되는 ‘백건우-쇼팽’ 앨범. 피아노협주곡 2곡과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등 쇼팽이 피아노와 관현악 협연용으로 쓴 작품 전부를 2장의 CD에 담았다. 6월 7일부터 엿새 동안 진행된 레코딩 장면 등도 보너스 DVD로 수록됐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6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쇼팽 앨범 녹음기간 중 시간을 내 바르샤바 교외의 쇼팽 기념비를 찾았다. -사진제공 유니버설뮤직

발매에 앞서 미리 입수한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자 백건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의 연주는 그의 말투와 닮았다. 그는 시종일관 온화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얘기하지만 듣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을 가졌다. 또 자신의 신념과 상반되는 일에는 절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의 연주에도 50대의 깊이와, 직전 앨범인 포레의 피아노곡에서 느껴졌던 온화한 내성(內省)이 어우러져 있다.

10대 후반의 정열을 간직한 쇼팽의 두 피아노협주곡을 그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쇼팽 특유의 영롱함을 그는 더없이 영롱하게 풀어낸다. 그 영롱함은 밖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요즘 젊은 연주자들이라면 높은음의 빠른 악구(樂句)가 나올 때마다 음량을 한껏 낮춰 ‘고운 때깔’을 강조하겠지만, 백건우는 그런 인위적인 반짝임을 사절한다. 그러나 포레에서처럼 마냥 온화하지만은 않다.

피아노협주곡 1번의 첫 악장. 템포를 약간 당긴 그가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은 속에 이글이글 타는 불을 간직한 듯하다. 영화 ‘트루먼 쇼’ 의 밤 데이트 장면에서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던 두 번째 악장. ‘로맨스는 역시 쇼팽’을 확인시켰던 곡이다.

여기서도 백건우 특유의 달콤한 내성이 과부족 없이 살아난다. 의식적인 단정함만을 추구하지 않는 그의 타건(打鍵)에는 점착성의 물기가 있다.

이번 앨범의 반주는 안토니 비트가 지휘하는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비트는 백건우와 이미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파트너. 그는 호평을 받고 있는 백건우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전곡집(낙소스 발매)의 녹음에도 참여해 폴란드 국립교향악단을 지휘했다. 백건우는 10월 23, 25일 LG아트센터에서 서울시 교향악단 협연으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회를 갖는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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