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씨 9년째 백두산호랑이 합방 도우미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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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동물원 수의관 이상직씨가 26일 백두산 호랑이 우리 앞에서 이 호랑이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포천=이동영기자
국립수목원 동물원 수의관 이상직씨가 26일 백두산 호랑이 우리 앞에서 이 호랑이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포천=이동영기자
경기 포천군 국립수목원 수의관 이상직씨(73)는 8년이 넘도록 백두산 호랑이 번식에 매달리고 있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수목원 내 동물원에 살고 있는 이들 백두산 호랑이는 1994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한중 우호증진을 위해 기증한 암수 한 쌍. 아직 수태를 하지 못해 이씨가 애를 태우고 있다.

1991년 수목원 내 토종 동물 보호를 위한 동물원이 생기면서 이곳에서 일해 온 그는 반달가슴곰 너구리 오소리 독수리 등 18종의 동물도 보살피지만 백두산 호랑이에게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백두산 호랑이는 몸집이 크고 암수 사이에도 다툼이 일어나면 한 마리는 치명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 97년 첫 합방을 시킬 때는 수면제와 소방호스, 불방망이 등을 준비해 비상사태에 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방 이후 교미를 하지 않아 지난해 겨울에는 수컷에게 비아그라 3알을 투여했는가 하면 호랑이들의 교미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틀어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탓인지 수컷이 교미를 제대로 못하는 데다 암컷의 성질이 드세 수컷의 교미에 순응하지 않고 있다고 이씨는 소개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네랄과 비타민 섭취를 강화해 스태미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호랑이들의 상태가 좋은 것으로 보여 발정기인 11월 이후 교미에 성공하지 않을까 이씨는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성껏 호랑이를 돌보느라 이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다.

이씨는 “토종 동물들이 많이 늘어나 산과 들에서 마음껏 살아가도록 하는 데 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내년에는 꼭 백두산 호랑이 2세 탄생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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