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아이템]국내모델 백윤애씨 뉴욕 컬렉션 메인쇼 첫 발

  • 입력 2003년 8월 21일 17시 36분


올 가을 뉴욕컬렉션 무대에 진출하게 된 슈퍼 모델 백윤애씨.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올 가을 뉴욕컬렉션 무대에 진출하게 된 슈퍼 모델 백윤애씨.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현대의 상업패션은 뉴욕으로 통한다.

‘패션의 메카’ 파리는 맞춤복 중심의 예술패션의 중심지이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려면 뉴욕을 거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뉴욕은 유명 패션매체나 모델 에이전시, 주요 바이어들이 밀집해 있어 모든 모델들의 ‘꿈의 무대’로 불린다. 그러나 그만큼 진입장벽도 높다.

이런 뉴욕컬렉션에 한국의 슈퍼모델 백윤애씨(22)가 진출하게 됐다. 다음달 12∼19일 열리는 패션쇼에 서게 된 것.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델이 뉴욕컬렉션의 주요 디자이너 쇼에 진출하기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능통

1980년대를 대표하는 모델 김동수씨(현 동덕여대 스포츠학과 교수)가 당시 일부 디자이너 쇼에 등장하긴 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미국 LA에서 열린 모델 콘테스트를 통해 모델계에 입문한 경우다. 이후 뉴욕에 진출한 국내 모델들이 메인쇼에 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백씨의 뉴욕 진출은 소속사 CI엔터테인먼트(대표:김성훈)와 미국의 모델 에이전시 ‘위민(Women)’과의 계약에 의해 성사됐다. CI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서울에서 ‘코리아 패션월드’를 주최하면서 ‘위민’ 소속인 나오미 캠벨, 카르멘 카스, 프랭키 라이더 등 세계 정상급 모델들을 거액에 데려오는 대가로 위민 측으로부터 국내 모델도 뉴욕컬렉션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위민’은 10, 11일 스카우트 담당 매니저인 로먼 영을 파견해 직접 모델을 선발했다. 2년에서 15년의 경력을 가진 CI엔터테인먼트 소속 모델 30명이 오디션을 받았고 워킹, 포즈, 폴라로이드 촬영 등을 통해 백씨가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카페에서 만난 백씨는 “신나지만 긴장된다”고 말했다.

“로먼 영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조언했어요. ‘뉴욕은 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모델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신인인 만큼 고생할 각오를 하라’고….”

여전히 서양의 패션 모델계에는 인종 차별이 존재한다. 백인 모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가운데 동양에서는 일본 모델 정도가 가뭄에 콩 나듯 무대에 선다.

스카우트 담당자인 로먼 영이 국내 모델들에게 요구한 것은 2가지였다. 깡말랐거나 지극히 동양적으로 생길 것. 동양 모델로서 차별화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백씨는 깡마르지도 않았고 얼굴이 매우 동양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화장에 따라 서양적으로도 동양적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제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장점으로 비춰졌나 봐요. 동양 모델들은 러시아, 체코 등 동구권 모델들과 달리 영어를 잘 못 하는 점이 단점이라고 하더라고요.”

백씨는 네 살 때 치과 의사인 아버지와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호주로 이민가 초, 중, 고등학교를 시드니에서 다녔다. 그래서 우리말보다 영어에 더 능숙하다. 중, 고등학교 6년간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했고 대학(호주 시드니공대)에서 패션디자인과 이탈리아어를 복수 전공하고 있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도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어려서부터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공부한 것도 패션의 중심지에서 공부하거나 일하게 될 것을 대비한거죠.”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열린 패션 디자인 대회에서 자수를 놓은 하늘색 실크 드레스로 2등을 한 적도 있다고 자랑했다.

패션디자이너의 꿈이 모델로 바뀐 계기는 2001년 한국슈퍼모델대회다. 이 대회에서 대상을 타게 됐고 이후 현재까지 여러 국내 패션쇼 무대에 서고 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해외 디자이너는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존 갈리아노와 미국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 마크 제이콥스. 모델로서는 이들 쇼에 서는 것이, 디자이너 지망생으로서는 이들 같은 실력을 갖추는 게 그의 꿈이다.

“솔직히 아직 성공을 한다는 게 뭔지, 뭐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부모님께 경치 좋은 프랑스 니스에 집을 지어드리고, 제 중고등학교 학비로 들어간 돈을 갚고 싶다는 마음 뿐이예요.”

●"그래도 살 빼야지요"

백씨는 “중고등학교 학비를 갚는 것은 성인이 된 자식으로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영어 이름 ‘제시카 백’ 또는 한국 이름 ‘윤애 백’으로 활동하게 될 백씨는 29일 뉴욕으로 떠난다. 현지에서는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다시 한 번 직접 오디션을 받는다. 계약서상 ‘적어도 유명 디자이너 1인의 쇼에 선다'는 원칙이 있지만 얼마나 어필하느냐에 따라 여러 쇼에 얼굴을 내밀게 될 수도 있다.

하루 4시간을 피트니스센터에서 보내고 태보와 킥복싱을 배우느라 살이 붙을 틈이 없건만 그는 “더 살을 빼야 한다”고 걱정했다. 인터뷰 당일 그는 점심으로 생선회를 먹었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에는 따뜻한 녹차를 주문했다.

그가 잘 되길 바라는 주변 사람들도 벌써부터 “살 좀 빼라” “먹지 말고 더 운동해”라면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그의 말대로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모델 백윤애는▼

▽키 177cm, 몸무게 53.5kg, 신발 250mm, 34-24-35.

▽1981년 서울 반포 출생. 4살 때 호주 시드니로 이민.

▽2000년 호주 시드니공대(UTS) 입학. 패션 디자인, 이탈리아어 복수 전공. 현재 휴학중.

▽2001년 한국슈퍼모델 선발대회 대상 수상

▽2001년 SBS ‘쇼 일요천하’ MC, 2002년부터 지금까지 아리랑 TV ‘인 스타일’ MC.

▽서울컬렉션, SFAA컬렉션, 샤넬, 에르메스 등 국내 주요 패션쇼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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