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엄마’지하철 모유수유 퍼포먼스

  • 입력 2003년 8월 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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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맞아 80여명의 엄마들이 1일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행사를 가지며 대중교통수단의 수유공간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훈구기자
세계모유수유주간(8월 1∼7일)을 맞아 80여명의 엄마들이 1일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행사를 가지며 대중교통수단의 수유공간 마련 등을 촉구했다. -이훈구기자
1일 오후 2시경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승강장. 젖먹이를 안은 엄마 수십명이 월드컵공원행 차량에 올랐다. 이들이 탄 차량은 취재진도 동승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출퇴근 때처럼 북새통이 돼 일반 승객들은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엄마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커다란 천의 양쪽 끝을 고리로 연결한 포대기인 ‘슬링’으로 아기를 업거나 안았으며 소지품은 단출한 가방이 전부였다.

지하철 모유수유 이색 퍼포먼스

엄마들은 자리를 잡자마자 보채는 아기들에게 젖을 물렸다. 사진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지만 쑥스러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기들도 엄마 젖을 물자 이내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배가 고프지 않은 아기들은 잠을 자거나 엄마 품에서 재롱을 부렸다.

이날 행사는 여성부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내일여성센터 산하 ‘탁틴맘’이 벌인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세계 모유수유연맹이 정한 세계 모유수유주간(1∼7일)을 맞아 대중교통수단에서도 엄마 젖을 먹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에서다. 탁틴맘은 ‘탁 트인 엄마 또는 마음’의 줄임말로 임산부에게 기체조 등을 가르치는 곳이다.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충남 천안에서 올라온 주부 김기선씨(金基羨·30)는 “3개월 된 아기와 나들이하면 젖먹이는 게 너무 힘들다”며 “아침에 타고 온 새마을호 유아동반실에는 기저귀 갈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모유 수유율이 1985년 59%에서 2001년 16%로 줄었다고 집계했다. 미국 52%와 유럽 평균 70% 등과 비교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모유 수유율이 낮은 것은 분유회사의 공세와 근거 없는 미용상 이유 등도 있지만 집 밖이나 직장에서 엄마 젖을 먹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탁틴맘이 서울 경기 대전 등의 36개월 미만 아기를 둔 부모와 임산부 등 4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3.3%가 엄마 젖을 먹이기 가장 어려운 곳으로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꼽았다.

직장여성인 윤보영(尹寶永·32)씨는 “출산휴가가 끝나 복귀하면 회사에서 젖을 짜서 나중에 아기에게 먹일 생각이지만 현재 회사에는 편안하게 젖을 짜놓을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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