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지구기행]섬, 휴식의 땅 …프렌치 폴리네시아(타히티)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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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오레아 섬의 하늘과 바다를 발갛게 불들이는 타이티의 노을. 고갱의 영혼을 유혹하고도 남을 순수한 원시의 빛깔이다. 조성하기자
모오레아 섬의 하늘과 바다를 발갛게 불들이는 타이티의 노을. 고갱의 영혼을 유혹하고도 남을 순수한 원시의 빛깔이다. 조성하기자
《프렌치(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거기에 깃든 아름다움은 특별하다. 그리고 그것은 항공기 탑승 때부터 확연히 느껴진다. 오사카의 간사이공항. 폴 고갱의 그림에 등장하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훤칠한 키의 마오리족 여승무원이 미소띤 얼굴로 기상에서 영접한다. 헐렁한 분홍빛 꽃무늬 원피스, 귓가. 꽂은 하얀 치자 꽃(티아레)에 ‘봉 수와.’ 저녁 인사말(프랑스어)과 함께 건네는 티아레. 상큼한 향기에 순간 기분이 상쾌해진다 티아레는 기내 선반과 화장실에도 놓여 있다. 꽃향기 감도는 기내. 아직 이런 항공사를 본 적이 없다. 덕분에 타하티까지 11시간 반의 비행은 한결 편안하다.》

수도 파페에테(타히티 섬)의 파아아 국제공항. 싱그러운 바람이 귓불을 간질인다. 날씬한 타히티 여인이 눈인사와 함께 또 티아레를 건넨다.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기타 트리오는 감미로운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이어 대합실. 이번에는 마중나온 가이드가 티아레 수십 송이를 꿴 레이를 목에 걸어준다.

타히티의 바다. 역시 특별하다. 화산과 산호가 함께 빚는 ‘자연의 조화’ 덕분. 다양한 물 빛, 모투(산호섬)와 아톨(모투로만 이뤄진 지형)의 기하학적 구도, 하늘의 뭉게구름…. 그 틈에 요트 한 척이 가세하니 풍경은 이미 지상의 것을 초월한다.

타히티에서 파도를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섬 주변이 산호(coral reef·環礁)에 둘러싸인 덕이다. 환초가 파도를 막아주니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이게 라군(Lagoon)이다. 그 바다에 노을 지니 선경이다. 발간 노을빛에 사람과 산도 온통 벌겋다.

○ 마음까지 물들이는 저녁 노을

118개나 되는 섬이 유럽 대륙 크기의 바다에 산재한 프렌치 폴리네시아. 하와이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고향이 여기다. 그 중 보라보라(타히티 섬으로부터 300km·항공기로 40분)와 모오레아(페리로 40분)는 타히티와 더불어 대표적인 휴양 섬.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이렇듯 완벽한 리조트 섬은 지구상에서 찾기 힘들다.

보라보라 섬의 라군 스노클링. 상상할 수 있을까. 사람 크기의 대형 가오리와 상어 수 십 마리와 함께 즐기는 수중 유영을. 상어는 손을 대도 괜찮다. 한번도 사람을 공격하지 않은 유순한 종이다. 이런 곳, 과연 지구상에 몇 곳이나 될는지.



○ 유순한 상어와 바닷속 스노클링

모오레아 섬은 타히티 섬에서 항공기로 10분 거리다. 뾰족 봉의 험준한 산악, 순백의 산호모래 비치의 환상적인 라군. 이 바다와 하늘을 카이트 서퍼(Kite surfer·낙하산 모양의 큰 연을 허리에 묶고 웨이크 보드를 발에 붙인 채로 글라이딩과 서핑을 동시에 즐기는 레포츠)가 오르내린다. 옥빛 라군에 자리잡은 오버 워터 방갈로(수상 빌라)의 테라스에서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휴양객. 진정한 휴식 방법을 배운다.

항공기로 20분 거리의 테티아로아. 보라보라 모오레아와 전혀 다른 아톨(Atoll·모투로만 이뤄진 산호섬)이다. 14개의 크고 작은 모투가 직사각형으로 포진한 형국. 그 안쪽 바다 라군은 모터보트도 통행하기 어려운 얕은 산호 수중이다. ‘새 섬’이라 불리는 모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활주로와 방갈로가 있는 모투에서 보트로 40분 거리다. 상륙하자 검은 새(페트렐)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올라 하늘을 덮는다. 해변의 숲은 그 자체가 새 집이다. 알 품는 새, 부화 직후의 어린 새가 지천이다.

이 섬은 ‘말론 브란도 섬’이라고 불린다. 타히티에서 촬영한 영화 ‘바운티 호의 반란’(1962년 작)에 함께 출연한 원주민 처녀 (타리타 페리피아)와 결혼을 계기로 이 섬을 구입하게 된 말론 브란도의 호텔이 있기 때문. 시설은 낡았어도 자연 그대로 경관이 간직돼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타히티섬(프렌치폴리네시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폴 고갱 서거 100주년 맞은 프렌치 폴리네시아

마르키즈 제도의 폴 고갱 무덤. 타히티섬(프렌치폴리네시아)=조성하기자

100년 전인 1903년 5월8일.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마르키즈 군도에 있는 한 작은 열대 섬 초옥에서 키가 훌쩍 크고 깡마른 서양인이 혼자서 숨을 거뒀다. 나이는 쉰다섯. 야자수 나뭇잎을 엮어 지은 집 안에는 변변한 가재도구도 없이 화구(畵具)들만 댕그라니 남아 있었다.

그 화구로 그려진 마지막 작품. 제목은 이렇다.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그림이 완성된 것은 숨지기 5년 전. 자살(미수에 그침) 결행에 앞 서 캔버스에 그린 대작(375cm×139cm)인데 말이 캔버스지 사실은 매듭 투성이의 코코넛 운반용 마대 자루를 잘라 나무틀에 끼워 넣은 자작품이었다.

몽환적 분위기의 그림은 하복부만 파레오(둘둘 감아 옷처럼 이용하는 타히티 전통 보자기)로 가린 반라의 건강한 타히티 여인과 아이들이 초록의 숲을 배경으로 다양한 포즈로 서거나 앉은 모습. 화가는 ‘원시로의 회귀’를 꿈꾸며 멀리 이 섬까지 찾아온 ‘고귀한 야만인’ 폴 고갱(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이 그림은 결국 그의 유언장이 된 걸작(미국 보스턴 미술관 소장)이었다.

올해 폴 고갱 서거 100주년을 맞이한 프렌치 폴리네시아. 타히티 섬의 ‘폴 고갱 미술관 ’에서는 지난 5월 기념 전시회가 열렸다. 현재 미술관 전시 작품은 모두 복사판. 원작은 구미의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그래도 관람객은 손때 묻은 화구와 유물을 통해 그리도 갈망했던 ‘원시로의 회귀’를 시도한 고갱의 족적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갱이 타히티 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1889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다. 식민지 관에서 자바섬 원주민의 춤을 본 고갱. 가슴속에서 ‘문명 이전의 역사로 회귀’라는 열망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당시 그는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화단에서 알아주는 화가. 그러나 모든 것을 정리하고 2년 후(1891년) 홀연히 떠났다. 4년 동안이나 지속된 반 고흐와의 교우에 종지부를 찍으며.

타히티섬(프렌치폴리네시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여행 정보

◇기후=열대. 우기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 건기는 5∼10월. 월 평균 기온은 △7월 24도 △8월 25도 △9월 26도 △10월 26도.

◇리조트 호텔 △르 메리디앙=최고급 체인 리조트. ①르 메리디앙 타히티(www.lemeridien-tahiti.com)=라군의 오버워터(수상) 방갈로는 모오레아 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낙조와 노을 감상 포인트.②르 메리디앙 보라보라(www.lemeridien-borabora.com)=오버 워터, 워터 프론트(수변) 방갈로. △인터콘티넨탈 리조트(www.ichotelsgroup.com)=‘비치커머’(Beachcomber·해변 산책객)란 브랜드로 운영. ①비치커머 타히티=오버 워터 방갈로. ②비치커머 모오레아(www.moorea.interconti.com)=돌고래 키우는 라군의 오버 워터 방갈로.

◇로울로트(Loulotte)=타히티 식 포장마차. 식탁은 주방으로 개조한 자동차 주변에 차린다.매일 저녁 시내 중심가(포마레 불리바드)의 부두 공원(타후아 바이에테)에 30여대가 들어선다. 중국음식 피자 햄버거 등 다양. 피자(작은 것) 한 판에 800PF(퍼시픽프랑·100PF는 약 미화 1달러 혹은 한화 1200원), 치즈버거는 500PF 안팎으로 싼 편. 공원 화장실은 호텔 수준이며 공원에서는 3인조 밴드의 연주도 있다.

◇정보 구하기=현재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한국에 관광청을 두지 않고 있다. △한국어=www.tahiti-nui.com △현지=무료 배포하는 포켓판 ‘타히티 가이드’(www.tahitiguide.com)가 좋다.

○ 패키지 투어

리조트 투숙 시 7일 패키지(현지 4박)는 대략 350만∼400만 원선. 최근 255만∼329만원에 제공하는 특별 패키지가 투어 타히티(www.tahiti-nui.co.kr)에서 선뵀다. 표 참조. 02-773-9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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