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헤어쇼 가보니…"엄마, 나 이렇게 바뀌었어!"

  • 입력 2003년 5월 20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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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머리를 한 김현지양(위), 깜직한 얼굴이 돋보이는 박은빈양(왼쪽 아래), 꽃 장식을 한 어린이 CF 스타 심혜원양.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삐삐 머리를 한 김현지양(위), 깜직한 얼굴이 돋보이는 박은빈양(왼쪽 아래), 꽃 장식을 한 어린이 CF 스타 심혜원양.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어렵던 시절 바가지와 가위로 아이들 머리를 다듬어주던 가정이 많았다. 당시 유행했던 스타일은 바가지를 씌우고 남은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는 ‘옥동자’ 스타일. 여자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렇게나 기른 머리가 거추장스러우면 고무줄로 댕강 묶어주면 그만이었다.

요즘 부모는 다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아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전용 헤어숍이 생기고 어린이 헤어 쇼까지 열리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6층 야외 옥상. ‘T’자 무대 주위에 마련된 200여개의 의자는 주부들과 어린이 고객으로 가득 찼다. 2시가 조금 넘어서자 무대 위에는 단발머리에 꽃을 얹은 하얀 옷의 여자 아이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올해 만 5세가 된 TV CF스타 심혜원양.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나눠 묶은 삐삐 스타일, 머리 윗부분만 살짝 추켜세운 닭 벼슬 스타일, 가장자리가 펑퍼짐하게 퍼진 배추 스타일, 머리카락 끝부분만 염색한 깜찍 스타일….

귀엽고 앙증맞은 헤어스타일의 모델들이 무대 위를 지나갔다. 이들은 모두 만 3세부터 14세까지 된 어린이. 일부 전문 모델도 있었지만 18명 가운데 14명은 모델 경험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어린이 전문 헤어숍 ‘지아모’가 마련한 국내 최초의 ‘어린이 헤어쇼’. 지아모 이지은 사장은 “어른들의 시각이 아니라 어린이의 발랄함을 살려주는 헤어스타일을 보여주고 싶다”며 행사를 소개했다.

“삐삐 머리지만 너무 재밌어요. 절로 신이 나요. 보통 때도 이렇게 머리를 하고 싶어요.”(석관초등학교 6학년 김현지양)

“원래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올 정도로 길었는데 오늘은 짧게 잘랐어요. 조금은 아쉽지만 한쪽 머리카락 끝이 살짝 들린 이 스타일이 맘에 들어요.”(신화초등학교 5학년 오유진양)

꼬마 모델들은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좋아했다. 똑같은 헤어스타일이 싫다고 했다. ‘헤어스타일을 새롭게 바꾸니까 기분이 좋다’는 게 초보 모델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예쁘긴 한데 불편해요. 이렇게 하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아마 이상한 아이라고 놀릴 거예요.”

나무 막대기를 머리에 꽂아 올려 한껏 멋을 낸 박은빈양(10)은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될 것을 걱정하면서도 헤어스타일이 너무 맘에 든다며 활짝 웃었다.

“이제 즉석에서 2명을 뽑아 시범을 보이겠습니다. 참가를 원하는 어린이들은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20여명의 어린이들이 무대 위로 뛰어갔다. 보고만 있기에는 모델들의 헤어스타일이 너무나 맘에 들었던 것일까.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명의 여자 어린이가 뽑혔다.

“좀 더 과감하게 머리를 손질할 필요가 있어요. 바람결에 하늘하늘 날리는 듯한 ‘귀족 스타일’로 바꿔보겠어요.”

“계절에 따라 헤어스타일도 달라요. 곧 여름이니까 얇은 층을 많이 만들어 시원한 느낌이 나는 스타일이 좋아요.”

10여분 뒤 한 어린이는 자연스러우면서도 귀티가 나는 일명 ‘세바스찬’ 스타일로, 다른 어린이는 시원한 단발머리로 바뀌었다.

주부 반영순씨(31·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일부 과장되고 실용적이지 못한 스타일도 있었지만 한곳에서 깜찍하고 귀여운 다양한 어린이 헤어스타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머릿결이 헝클어진 듯한 느낌을 주는 ‘섀기(shaggy)’ 스타일은 올해 유행하는 어린이 헤어스타일. 머리숱이 풍부하면서 자연스럽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좌우 양쪽 머리의 스타일이 다른 ‘디스커넥션 커트’는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재미있는 헤어 스타일.

자연스러운 굵은 웨이브 파마나 스트레이트 파머는 올해도 여전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여자 어린이에게는 가는 웨이브를 주고 짧게 커트를 한 귀여운 스타일을 권할 만하다. 남자 어린이는 지난해 월드컵 이후 선보이는 축구 선수 스타일이 유행이다. 베컴의 ‘닭 벼슬 스타일’, 앞머리를 곧추세운 ‘이천수 스타일’ 등이다.

5세가 안된 아이들은 전체 염색을 피하는 게 좋다. 어리이는 염모제에 담긴 화학물질이 피부에 스며드는 속도가 어른의 4배나 되기 때문. 염모제(染毛劑)를 쓸 때 독소제거 시약을 함께 쓰고 머리 밑부분만 염색 하는 등 부분 염색을 하는 게 좋다. 아예 염색을 하지 않고 붙이는 가짜 머리인 ‘익스텐션’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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