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종교집단 시체 발견 신도李씨 부검…갈비뼈 5곳 부러져

  • 입력 2003년 5월 18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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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의정부지청 형사3부(이동호·李東鎬 부장검사)는 신앙심이 부족하다며 신도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18일 D성도회 책임자 송모씨(49·여)와 이모(30), 김모(31), 허모(29), 최모씨(31) 등 간부 5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또 송씨의 남편이자 이 단체 간부인 최모씨(51)와 이모, 김모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구속된 최씨는 이 사건의 제보자이지만 폭행 가담 정도가 중하고 보호해야 할 필요도 있어 일단 구속하기로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과 함께 경찰에 연행됐던 한모씨(36) 등 신도 8명은 혐의가 없어 17일 풀려났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1월16일 오후 8시경 경기 연천군 신서면 답곡리 D성도회 성전 공사 현장 정문 컨테이너에서 신앙심이 부족해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간부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도 이모씨(41)를 폭행해 같은 달 25일 숨지게 한 혐의다.

검찰은 부검 결과 이씨의 갈비뼈 5개가 부러졌고 머리와 팔다리에 멍 자국이 발견됐으며 위 내용물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이씨가 음식물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각목과 곡괭이 등으로 장기간 폭행당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송씨는 이날 실시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이씨의 사망이나 폭행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씨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나머지 시신 3구는 한모(1925년생·2002년 10월 사망), 신모(1940년생·2002년 10월 사망), 양모씨(1937년생·2002년 11월 사망)로 확인됐다.

검찰이 압수한 치료일지에 따르면 지병을 앓던 양씨는 2002년 11월15일 현장으로 옮겨져 생명수로 치료를 받던 중 6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보이나 3구 모두 타살 혐의는 없다고 검찰은 덧붙였다.검찰 조사 결과 한씨의 시신은 지난해 10월 매장 직후 아들에 의해 옮겨졌고, 다른 두 명의 시신은 부인이 옮겨와 살려낸다며 ‘생명수’를 몸에 붓고 입에 넣어주는 등의 시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신도들은 시신이 부패해 피부색이 변한 것을 보고 몸속의 독성이 빠지고 새살이 나는 증거라고 주장하는했으며 장기가 부패해 몸 밖으로 나와도 지하수인 생명수를 뿌리는 시술을 멈추지 않는 등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교주 송씨 생활은…▼

D성도회 교주 행세를 해온 송모씨는 자신이 ‘자식’이라고 부르는 신도들이 컨테이너에서 생활을 할 때 자신은 큰 아파트에서 호화생활을 누렸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송씨는 8년 전 모 종교단체에 가입해 열성적으로 활동하다 뛰쳐나와 지금의 단체를 만들었으며 지하 10m 암반에서 용출되는 지하수에 불과한 ‘생명수’를 통해 무병장수하고 복을 받을 수 있다고 설교를 펴 왔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는 경기 연천군에서 가장 넓은 48평형 아파트에 살면서 3000만원이 넘는 수입 외제 가구로 집안을 치장했다. 집에서 수표와 현금 8294만원이 발견됐으며 누군가에게서 한 차례 1억원이 송금된 통장도 나와 압수됐다.

또 신도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낸 것으로 보이는 ‘정성금’ 봉투 20여장이 집에서 발견됐다. 봉투마다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8000만원까지 금액이 적혀 있어 신도들이 거액을 송씨에게 헌금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송씨는 또 남편 최모씨와 함께 국내 최고급 리무진 승용차와 또 다른 대형 승용차 등을 타고 다니며 지역 유지로 행세해 왔다.

특히 정치인 3명으로부터 받은 행사초청장을 들고 다니며 그 정치인들이 자신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처럼 과시하고 다녔다. 남편 최씨는 수년 전 지역의 한 단체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최씨는 건설회사를 만들어 시체가 발견된 연천군 신서면 답곡리 D성도회 집단거주지 공사를 직접 관리해 왔으며 3만여평에 이르는 공사부지 상당 부분을 매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송씨 부부가 지역에서 유지로 행세하며 호화생활을 누리게 된 자금의 유입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연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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