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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8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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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서울 서초 강남 송파구 일대 비닐하우스촌에서 빈민들을 위한 봉사 사목을 해온 이기우 신부(47·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사진)의 목소리는 안타까움에 젖어있었다.
서울에만 강남구 구룡마을, 서초구 꽃마을, 송파구 화훼마을 등 28개 지역에 약 4000세대나 되는 비닐하우스촌 주민들. 주로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각종 개발에 밀린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들은 서울에 살지만 서울 시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주소를 이곳에 가질 수가 없기 때문에 각 구청 등이 운영하는 복지관이 인근에 있어도 이용할 수 없어요.”
복지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정작 소외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빈민사목위는 서초구 양재동,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문정동 등 비닐하우스촌 인근 3곳에 ‘평화의 집’을 만들어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간호사 파견, 직업 알선, 반찬 제공, 화장실 개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신부는 지난해부터는 아예 서초구 우면동 비닐하우스촌에 선교사 2명과 함께 거주하며 활동을 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을 봉사의 대상으로 생각하면 절대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사회에서 버림받아 잔뜩 주눅 들고 경계심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고락을 같이 하는 것 외에는 딴 방법이 없어요.”
이 신부는 정부가 나서 이들에 대한 맞춤대책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주거환경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빈곤가구엔 영구임대주택을, 조금 사정이 나은 사람에겐 공공임대주택을 알선하는 등 상황에 맞는 주거대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이 밖에 재해대책 마련, 주민등록 등재, 공동화장실 설치 등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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