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새사장 정연주씨]독립성 약화-신문 비평 강화 예상

  • 입력 2003년 4월 24일 00시 38분


KBS 사장에 정연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선출된 것은 그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코드가 일치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KBS의 논조와 행로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또 신문기자로 일관한 그가 KBS라는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 경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여론이 높다.

정씨는 동아일보 해직기자(75년) 출신으로 89년부터 11년간 한겨레 워싱턴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며 ‘동갑내기’인 노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계 인사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이 그가 워싱턴특파원 시절 쓴 칼럼을 읽고 ‘잘 읽었다’는 e메일을 보낸 것이 두 사람의 첫 인연.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올해 1월 한겨레를 공개적으로 방문해 정 전 주간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등 각별한 관심을 표명해 왔다.

정씨는 평소 칼럼을 통해 언론, 북한, 미국 관계 등에 대해 뚜렷한 소신을 피력했다. 메이저 신문을 ‘조폭적 언론’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S는 뉴스논조의 변화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의 상설 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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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가 KBS 사장으로 추천된 직후 KBS 노조와 간부진의 반응은 엇갈렸다. KBS 노조는 환영성명을 내고 “정 사장이 개혁적인 과제를 추진하면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BS의 한 간부는 “노조가 ‘인적청산’을 강력히 외치고 있어 한 차례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 방송학자는 “이사회가 결국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신문과 방송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공영 방송의 독립성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근 선문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정씨가 방송 전문가는 아니나 공영 방송 개혁에 실천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정연주씨 전화 인터뷰▼

―소감은….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중요한 자리이므로 열심히 하겠다.”

―KBS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그리고 방송을 포함한 언론 개혁에 대한 생각은….

“조직과 시스템을 중시하겠다. 개혁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언론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향은 조직 구성원들과 의논하고 밝힐 것은 밝히겠다. 그것이 프로그램으로 나타날 것이다.”

―‘조폭 언론’이란 단어를 써가며 일부 신문에 대해 비판적 칼럼을 계속 써 왔다. 앞으로 KBS와 일부 신문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과거 칼럼을 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나는 정연주 개인이 아니고 이제부턴 조직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통해 총체적으로 접근하겠다.”

―두 아들의 미국시민권 취득 문제로 일부에선 논란이 일었는데….

“내가 귀국 당시(2000년) 아들들이 미국에 남겠다고 해 그 뜻을 존중해줬으며 병역 기피 등 악의가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공식석상에서 상세히 밝히겠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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