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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17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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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 방송된 ‘섹션TV’는 첫 코너에서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돼 문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탤런트 겸 가수 박용하와 유진이 찍힌 사진을 클로즈업 장면을 포함해 모두 여덟차례 보여줬다.
문제의 사진은 다리를 벌린 채 박용하의 다리 위에 앉아 있는 유진을 박용하가 뒤에서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한 탤런트의 집들이 때 모인 동료 연예인들을 담은 것. 두 사람 옆에서 이들과 유사한 자세로 앉아있는 가수 크리스와 서인영의 모습도 함께 방송됐다.
문제의 사진은 박용하의 이메일 계정이 해킹 당하면서 불법적으로 인터넷에 유포 확산된 것. 최근 박용하측은 유포자를 명예훼손 및 사생활침해로 처벌해 달라고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한 바 있다. ‘섹션TV’는 “연예인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피해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코너 말미에 우려하면서도 거꾸로 불법 유포된 사진을 클로즈업 화면으로 보여줬다.
방송이 나가자 이 프로그램 인터넷 게시판에는 “사진을 방송에서 보여주다니 너무하다. 사생활 침해라고 심각해하면서 이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김지연) “사건이 일어난 경위나 범인에 대한 처벌 정도, 사이버공간에서 보장받는 인권 범위 등은 다루지 않은 채 저급한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개인의 사생활과 인격을 짓밟았다”(정미정) 등 시청자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한 변호사는 “사실 보도라고는 하나 사적인 장면을 가감없이 보여준 것으로 사생활 및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당사자가 수사 의뢰를 했는데도 해당 사진을 시청자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방송 윤리에 비쳐 떳떳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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