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건강식품, 알고 먹으면 藥 소문 믿으면 禍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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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는 의사를 대상으로 한 ‘영양치료와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전문강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 팀은 비만 고혈압 뇌중풍 등 모두 37개의 질환에 대해 흔히 사용되는 건강관련식품의 효능 여부를 국내외 논문을 근거로 등급을 매겨 발표했다.

유 교수는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강식품 상당수에 대해 과학적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건강보조식품 선택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기존 논문들을 근거로 분류한 것이므로 아직 논문으로 나오지 않았거나 논문으로 발표되지 못한 것은 분류에 넣지 못한 한계가 있다.

▽건강식품의 분류=연구팀은 건강관련식품의 주요 성분 200여 개를 분류한 뒤 이와 관련된 국내외 논문 2000여 편을 조사해 이를 A B C D I 등 5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A와 B 등급은 사람에게 과학적으로 효능이 증명된 것이며, C 등급은 효능과 부작용이 함께 있거나 효과에 대해서 아직 논란이 있는 것, D 등급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사용을 피해야 하는 것, I 등급은 동물실험 결과는 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결과는 없는 등 과학적 증거자료가 부족한 것에 해당된다.

조사 결과 총 200여 개 성분 중 A, B로 분류된 것은 90여 개로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에 대한 녹차의 효과는 C, 키토산은 I로 나타났다.

뼈엉성증(골다공증)에 주로 사용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C로 분류돼 효능은 여전히 논란 중.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인지기능에 좋다고 알려진 비타민 C, D, E, B12, B6, 베타 카로틴 등도 C로 분류됐다. 노화 방지에 많이 사용되는 성분인 DHEA나 리포이드산, 화장품 성분인 코엔자임 큐10 등은 I로 분류됐다.

반면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타민B의 일종인 엽산이나 무기질인 셀레늄 제제가, 유방암에는 엽산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샘암은 비타민 E 복용은 좋은 것으로 나왔지만 고용량의 칼슘보조제는 오히려 전립샘암을 증가시켜 D로 분류됐다.

암치료제로 알려진 ‘상어연골’은 C로 분류돼 효능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흡연자에게 고용량의 베타카로틴은 폐암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D로 분류됐다.

로열젤리는 전체적으로 괜찮치만 아토피 피부염, 천식 환자에게는 쇼크를 일으킬 수 있어 D급으로 분류됐다.

유 교수는 “이 분류는 특정 질환에 대해 특정 건강식품의 효능 여부를 검토한 것일 뿐 문제의 식품 전체가 모두 좋거나, 모두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의학자는 “C 등급에는 A, B 등급의 식품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은 식품이 많았고 이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많았을 수 있다”고 이번 결과를 맹신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건강식품, 가려먹자=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01년 981건이던 건강관련식품 피해구제 건수는 2002년엔 1019건으로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평가부 영양과 박혜경 사무관은 “‘건강식품’을 ‘보약’으로 여기며 먹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사실 건강보조식품은 약이 아니다”며 “효능 면에선 명확하게 규명된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인들이 몸에 좋은 건강식품인지 여부를 알기는 힘들다. 식품제조업체가 믿을 만한 회사인지 우선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 받아온 제품인지도 확인한다. 건강식품을 사기 전 제품표시가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는 않는지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주의사항이나 부작용 등이 친절하게 적혀 있는 것일수록 믿을만하다.

식약청 식품관리과 오균택 과장은 “건강식품에 대해 약효가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또“천연이란 말이 있는 제품이 건강에 유익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제품에 ‘내츄럴’이나 ‘허벌’이라고 쓰여 있는데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건강식품엔 강한 생물학적 활성성분이 함유돼 있어 약과 함께 섭취할 경우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약효를 떨어뜨리기 쉽다”며 “특히 임신부나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질환자는 건강식품을 복용하기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을 하고 결정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건강식품을 섭취하다가 부작용이 발생하면 국번 없이 1399(부정불량식품 신고)나 소비자보호원(02-3460-3000)으로 신고하도록 한다.

효능별 논란중인 성분
효능성분
비만녹차
골다공증식물성에스트로겐
기억력 등인지기능카로틴비타민C, D,E, B12, B6.엽산
암치료상어연골
유방암예방카로틴비타민 E, C
위암 예방비타민 E, C엽산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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