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준관 前연대교수, 70代 老신학자의 열정

  • 입력 2003년 3월 7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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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감리교의 대표적인 신학자인 은준관 전 연세대교수의 명함에는 실천신학대학원 이사장과 TBC성서연구원장이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다. 1999년 정년 퇴임한 만70세의 노교수. 주변에선 “이젠 좀 쉬실 때”라고 권하건만 요즘 그는 성서교재 발간과 신학대학원 설립이라는 굵직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먼저 결실을 본 것은 ‘TBC 성서연구’라는 성서강의 교재. 1992년 비디오와 함께 발간했던 것을 이번에 첨단 DVD로 바꿔 선보였다. 교재 자체도 새로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상당 부분을 손질했다.

특히 이번엔 ‘구원사(救援史)’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물량주의로 성장해 온 교회가 한계에 부닥치면서 ‘교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교회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반성해야 합니다. 결국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선 성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무엇을 바라고 믿는 기복적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알고 이 땅에 실천하려는 크리스천을 양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그 바탕인 성경을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일방적 강의 형태가 아니라 목회자와 신자가 같이 성경을 읽고 토론할 수 있게 한 점이 이 교재의 장점. 또 역사적 배경을 잘 드러내기 위해 교회사적으로 검증된 조각품 벽화 그림 부조물 등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해 생생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을 준다.

그는 “성경이 역사적 보편성을 갖고 있다는 구원사의 측면에서 보면 정치사적으로 찬란했던 다윗-솔로몬 시대가 절대 권력을 추구한 배역(背逆)의 시대였습니다”라며 “현재 미국이 세계의 절대 권력자로 전쟁을 밀어붙이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성경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3월 개교 목표인 ‘실천신학대학원’은 최근 경기 곤지암 부근에 부지를 마련했다. 감리 예장통합 성결 성공회 등 초교파적 대학원으로 일반 신학대학원 졸업생이 입학 대상.

‘실천’이란 말처럼 2년 동안 예배와 교회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는지 등 교회의 실무를 가르치는 것이 주목적.

“신학대학원을 갓 나온 예비목사들은 보통 목회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곳의 목표는 대학원생을 받아들여 실전에 곧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또 듀크대 교수와 루터런대 교수 등을 초청해 강의를 맡기는 초빙교수제도 시행하고 300여개 교회의 담임목사들을 위한 특별 연수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대안과 원칙을 가진 한국 교회를 꿈꾸고 있었다. 70세 노교수의 꿈은 늘 푸른 소나무를 닮아 보였다. 031-903-8163∼4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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