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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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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미화(金美花)씨는 사회자가 지시하는 동작을 따라하려 했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한참을 머뭇거렸다.
7일 ‘노인 유사체험 시연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 김씨는 대한은퇴자협회가 마련한 ‘시니어 시뮬레이터’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귀마개,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특수 안경, 허리를 구부러지게 만드는 하중 조끼, 물건을 잡기 어렵도록 만든 장갑, 발목관절을 고정시켜 발끝이 잘 안 올라가는 신발모양의 보호대….
20여년 전 미국 미시간대가 개발한 것을 일본의 의료진과 보험회사가 보완한 시니어 시뮬레이터 장비들이다.
김씨는 장비를 착용하고 몸을 이리 저리 움직여 봤지만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갑을 열어 동전을 꺼내는데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앞으로 넘어지지 않을까 조심조심했다.
30분간의 시연이 끝나고 장비를 벗으면서 김씨는 “팔다리 기운이 없어지고 눈이 잘 안 보였다. 오래 사는 것도 복이지만 노인체험을 해 보니 나이 먹는 게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 이 행사에 참가한 보건복지부 문인근(文仁根·노인복지정책과) 사무관도 “너무 힘들어서 한마디로 늙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노인정책을 만들고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대한은퇴자협회의 홍보대사가 돼 노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운동에 앞장서기로 했다.주명룡(朱明龍) 협회장은 “노인의 신체 기능을 미리 체험해 노인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기 위해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학교, 기업, 공공단체 등의 요청이 있으면 이 행사를 열어줄 계획이다.
문의 02-6399-3000, 인터넷 홈페이지 www.karpkr.org, e메일 raeho@karpkr.org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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