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춤-노래의 아쉬움 '노틀담의 꼽추'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7시 25분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연극 ‘노틀담의 꼽추’./사진제공 극단 유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연극 ‘노틀담의 꼽추’./사진제공 극단 유
15세기 프랑스 파리의 노틀담성당. 이곳에서 세 가지 색깔의 사랑이 펼쳐진다.

쾌락만을 추구하는 바람둥이 근위대장 페뷔스의 욕정에 가득 찬 사랑, 성(聖)과 속(俗)의 갈등 속에서 질투심에 눈이 먼 클로드 신부의 위선적인 사랑,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추악한 몰골의 꼽추 콰지모도의 헌신적인 사랑. 그리고 그 중심에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가 있다.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가 19세기에 그려냈던 400년 전 사랑의 의미는 100년이 더 지난 지금 바라봐도 시들지 않는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속세의 욕망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이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과 악, 성과 속의 대비가 극심하면 극심할수록 사람들의 공감을 더 얻기 마련. 살인 누명을 쓰고 교수형을 당하는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며 페뷔스 대장과 클로드 신부는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고 세속의 권세를 누리지만, 꼽추 콰지모도는 마지막까지 에스메랄다를 지키며 그녀와 함께 묻힌다.

무대디자인을 맡은 조각가 임창주는 노틀담성당이라는 ‘신성한 집(聖堂)’을 꾸미는 대신 꼽추가 머무는 종탑과 집시들이 어울리는 성당 앞의 거리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세속의 어두운 욕망이 성당의 신성함을 압도하는 무대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음산함을 더해 주는 기괴한 조각들….

해설자 역의 유인촌은 15세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으로 관객들을 안내하고, 집시 여왕(이경미 분)이 이끄는 집시들의 흥겨운 축제와 콰지모도의 비극적 사랑은 기쁨과 슬픔을 넘나드는 감정의 횡단으로 관객을 이끈다.

문제는 세 가지 사랑의 중심에 있는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 역의 김지영. 그에게 세 남자를 한눈에 사로잡아 버리는 춤과 노래를 요구한 것은 무리였다. 세 남자와 함께 에스메랄다의 매력에 흠뻑 빠져야 할 순간순간 관객들은 불안한 가슴을 다스리며 무대를 바라봐야 했다.

집시들의 신나는 축제, 세속의 헛된 권위에 대한 신랄한 풍자, 그리고 현실의 위선을 넘어서는 진실한 사랑…. 관객들은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는 진실한 사랑의 축제에 흠뻑 빠져들어 ‘즐기고’ 싶다.

1월26일까지. 평일 토 7시반, 일 공휴일 4시(월 쉼). 유시어터. 1만5000∼3만원. 1588-7890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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