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장이머우 감독, 오페라 '투란도트'로 서울온다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45분


1998년 9월 베이징 쯔진청에서 ‘작품속 공간과 현실의 공간이 환상속에서 만났다’는 호평속에 공연된 장이머우 연출의 푸치니 ‘투란도트’.

1998년 9월 베이징 쯔진청에서 ‘작품속 공간과 현실의 공간이 환상속에서 만났다’는 호평속에 공연된 장이머우 연출의 푸치니 ‘투란도트’.

‘홍등(紅燈)’ ‘붉은 수수밭’ 등을 연출한 세계적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謨)가 오페라 연출가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선다. 1998년 중국 베이징쯔진청(紫禁城) 야외무대에서 공연돼 전세계의 찬사를 이끌어낸 장이머우 연출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는 내년 4월 15∼20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당시의 감동을 재현한다. 공연을 주최하는 한전아츠풀센터는 23일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연출자 장이머우,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연과 관련한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장이머우 감독은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이자 최대 거작인 ‘투란도트’를 중국과 같은 동양권이면서 조금은 다른 정서를 가진 한국인들 앞에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쯔진청 무대보다 한결 세련되고 호화로운 무대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같은 야외 공연이지만 쯔진청 무대는 ‘투란도트’ 원작의 역사적 현장이라는 점 때문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렸다. 베이징 고궁이 아닌 축구경기장이라는 점 때문에 한계는 없는가.

“쯔진청 무대에 비해 유리한 점도 많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있다. 쯔진청은 오랜 역사를 가진 고궁이며 문화재라는 점 때문에 조명 등에서 제한이 가해질 수 밖에 없었고, 출연자들의 동선(動線) 등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베이징 공연에서 느낀 여러 가지 아쉬움을 보완해 더 감동적인 무대로 만들 것이다.”

-영화와 오페라의 연출은 어떻게 다른가.

“오페라는 어디까지나 음악이 우선이고, 음악의 감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출이 협조하는 것이다. 청중이 현장에서 바로 반응을 보인다는 점도 영화에 비해 흥미롭다. 다행히 오페라 연출에 있어서도 영화 못지않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한 오페라 작업에 참가할 것이다.”

-중국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작업한다는 데 어려움은 없나. 몇몇 일류 연출가들은 제작에 관한 세부 지시서만을 작성하고 본인은 현장에 나와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쯔진청 공연에 참여한 현장 총연출자가 나 대신 1개월 전부터 서울에 상주하며 작업을 지휘할 것이다. 나는 공연 1주일 전부터 현장 작업을 총지휘한다. 문제점이라면 공연 결정이 급히 이뤄져 작업기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이 일에 임하는 열정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적어도 결국 모든 것이 잘 해결되어 나갈 걸로 자신한다.”

한편 주최측인 한전아츠풀센터 관계자는 월드컵 상암경기장으로 공연장소가 확정된 데 대해 “잔디보호 문제 때문에 원래 과천경마장에서 공연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상암경기장과 서울시측에 세밀한 현장관리 계획을 제시, 동의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투란도트는…▼

장이머우 감독. 김동주기자 zoo.donga.com

1926년 초연된 푸치니의 유작 오페라. 푸치니는 1924년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사망했으며 제자인 프랑코 알파노가 미완성부분을 마무리했다. 웅대한 스케일과 서정적인 선율, 동양의 이국적 정서가 어울어져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 4대 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망명한 북방제국의 왕자 칼라프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왕의 부마(駙馬)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수수께기를 맞추고 투란도트 공주의 사랑을 얻는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1998년 9월 장이머우 감독 연출로 베이징 쯔진청 경내에서 공연된 공연사상 최대규모의 야외 오페라공연. 출연진 1000여명과 제작비 1500만달러 (약 210억원)가 투입됐으며 준비된 의상만도 1500여벌로 화려한 무대를 펼쳤 세계 공연계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장이머우 감독은 이 공연전 1997년 이탈리아 피렌체 ‘5월 음악제’(마지오 무지칼레)에서 ‘투란도트’를 처음 연출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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