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세요][스타인터뷰]코미디언 남보원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7시 35분


‘원맨쇼의 대가’ 남보원씨가 거리의 산타클로스 인형 옆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이훈구기자 ufo@donga.com

‘원맨쇼의 대가’ 남보원씨가 거리의 산타클로스 인형 옆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이훈구기자 ufo@donga.com

“연예인이 무대에서 쓰러진다는 거, 그거 행복한 거예요. 우린 구조조정이란 게 없잖아요. 인기가 시들해지면 그 길로 은퇴지, 따로 사표 쓸 필요가 있나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무대를 책임지는 코미디언. 요즘은 ‘스탠딩 코미디’라는 표현을 쓰지만 그보다는 ‘원맨쇼’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원맨쇼의 달인’ 코미디언 남보원(본명 김덕용·64)씨가 16일 오후 6시반 르네상스서울 호텔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디너쇼를 갖는다.

지금도 부지런히 방송에 출연하는 데다 각종 공연과 모임 출연이 이어지는 그인지라 언뜻 ‘벌써 40년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1958년 군에 입대해 ‘아마추어 코미디언’으로 내무반을 ‘뒤집어놓은’ 일부터 시작하면 ‘웃기는’ 인생 이력은 40년을 훌쩍 넘는다. 공식 데뷔는 63년 영화계 오디션에서였다.

이런 그가 최근 ‘나? 남보원이야’라는 자서전도 펴냈다. 자신의 희극 인생 40년을 되돌아본 책이다. 개인사도 개인사지만, 그 40년은 곧 한국 연예계의 40년 역사이기도 하다. 자서전에는 평남 순천에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6·25전쟁 때 월남해 가난으로 고생했던 이야기며, 한때 ‘짱꼴라’라는 별명으로 서울 을지로6가 주먹세계를 주름잡던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코미디계에서 ‘대선배’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는 ‘현역’을 고집한다. 혼자 마이크를 잡고 2시간 공연을 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연예인 중 한 명이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2시간 정도 쉴 새 없이 떠들고 나면 기운이 빠질 법도 한데, 늘 열정적이다.

“피곤해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말을 적게 하라고 하더군요. 나보고 코미디 그만두라는 얘기지…. 절대 못 그만둬요.”

이런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일화가 있다. 최근 전남 해남에 공연을 갔다가 기상 악화로 서울행 비행기가 뜨지 못해 함께 간 공연 관계자와 연예인들이 버스를 대절해 올라왔다. 교통 체증으로 7시간이나 걸린 귀경길에 마이크는 내내 그의 몫이었다. 7시간 동안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재담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레퍼토리의 원천은 신문이나 TV다. “한번 ‘이거다’라고 생각되면 그 다음은 연습입니다. 성대 모사가 장기니까, 흉내내고 싶은 사람들 특징을 잡아 연습하는 거죠. 요즘은 대통령후보들의 성대 모사를 연습 중입니다. 대선이 끝나면 써먹어 보려고요.”

그는 이번 자서전 출간과 디너쇼가 “더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웃음을 섞어 만든 코미디극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무대에서 쓰는 또 다른 자서전인 셈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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