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돌…따뜻한 돌…생명의 돌…돌재료 조각전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8시 54분


심인자 ‘새와 소녀’/사진제공 표갤러리
심인자 ‘새와 소녀’/사진제공 표갤러리
돌을 재료로 한 조각전이 세 곳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작품들은 모두 ‘돌’하면 떠오르는 차가움이나 육중함 대신에 따스함과 부드러운 촉감에 토속적인 정서를 함께 느끼게 해준다.

한진섭 전(12월2일까지 인사아트센터·02-736-1020)은 26년간 고집스럽게 돌이라는 재료 한 가지로 인간이라는 모티브에 천착해 온 작가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전시회 제목 ‘휴식’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안을 비워 낸 의자의 형태라 관람객이 직접 앉아 보거나 만져 볼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모두 관람객들이 등과 머리를 기대고 앉아서 볼 수 있다.

미술평론가 유근오씨는 “한진섭의 돌조각은 대상을 재현한 것에만 머물지 않고 조각 본래의 촉각성을 회복해 관객의 의도에 따라 변형될 수 있는 작품들”이라며 “감상하는 돌이 아니라 같이 생활하는 돌이기 때문에 돌과 인간의 문제, 돌과 사회의 문제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심인자 전(29일∼12월19일 표갤러리·02-543-7337)은 돌로 빚은 다양한 여인들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눈을 감고 꿈을 꾸는 듯한 표정, 신비스러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듯한 여인상들은 새, 나무, 집, 구름, 꽃 등 자연적인 소재들과 더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힘겨운 육체노동에 견줄 수 있는 돌조각들을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운 질료로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인의 흩날리는 머리카락, 비스듬히 하늘을 보고 있는 눈에서 생명력이 느껴진다. 작가 작품의 대부분은 부조(浮彫). 돌 덩어리에서 오는 중압감이 사라지고 대상이 좀 더 가볍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30일까지 박영덕 화랑(02-544-8481)에서 열리는 박수용 전은 돌로 빚어낸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다. 완만한 곡선의 산세와 연못, 수더분한 인물표정들을 대리석으로 매끈하고 투명하게 빚어 내 토속적인 서정을 느끼게 한다.연못가에 자란 나무 한 그루, 그 뒤에 걸린 달, 작은 돌확에서 피어난 연꽃등은 한국인의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도가적 관념과 이상향에의 동경이 담겨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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