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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8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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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교회 광림교회 등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대형교회의 목회자 세습으로 큰 홍역을 치렀던 개신교계에 새 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 교회의 대표적 설교자 중 한 사람인 경기 분당 갈보리교회의 담임 박조준 목사(68)는 지난달 주일 예배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하면서 “후임으로 미국 LA 토랜스 제일교회 이필재 목사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박목사는 2003년 1월5일 이·취임식을 가진 후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개신교 목사의 정년이 70세이고 갈보리교회는 박목사의 개척교회인데다 특정교단의 헌법에 구애받지 않은 독립교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년보다 두해 앞서 물러나겠다는 그의 결정은 ‘놀라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갈보리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박목사의 은퇴 결정에 대해 아쉬움과 섭섭함을 나타낸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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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사랑의 교회 담임 옥한흠 목사(64)은 3년전에 이미 ‘정년을 5년 앞둔 2003년말로 담임에서 물러나고 싶다’고 밝혔다. 사랑의 교회는 옥목사의 뜻에 따라 현재 후임을 물색중인데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활동중인 오정현(남가주 사랑의 교회) 목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옥목사는 1980년대 제자훈련 방식을 도입해 한국 교회의 새로운 변화를 선도했고 지난 몇년간은 충현교회 광림교회의 목회자 세습을 누구보다 강하게 질타해왔다.
서울 안국동 안동교회 유경재 목사(64) 역시 최근 65세 은퇴의사를 밝혔다. 그는 “마음이야 70세까지 하고 싶긴 하지만(웃음) 나이 든 사람이 빨리 빨리 비켜줘야 후배들이 크지 않겠느냐”며 “떠날 사람, 올 사람이 준비할 기간이 필요한 것 같아 1년전에 미리 퇴임발표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에서는 작년 이 교회를 부흥시킨 김동호(51)목사가 전격적으로 교회를 떠나 남산 아래 숭의학원 소강당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해 큰 감동을 줬다.
김목사가 동안교회에 부임한 것은 1991년. 교회는 재작년초 3000명, 작년초 4000명 등으로 최근 한해 1000명씩 늘어날 정도로 성장의 가속도가 붙었다. 이렇게 ‘잘 나가던’ 교회의 목사가 작년 6월 아무런 미련없이 교회를 떠났다. 사퇴 이유는 ‘교회가 목사 한 사람에게 의존해 성장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극히 간략한 것이었다.
김목사가 개척한 높은뜻 숭의교회는 1주년을 맞은 최근 약 2000명이 참석하는 교회로 다시 성장했다. 서울 정신여고 강당을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주님의 교회 전 담임 이재철 목사(53)는 스위스의 작은 한인교회에서 3년으로 예정된 목회를 마치고 작년 9월 귀국했으나 주님의 교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88년 약 50명의 신도와 함께 서울 강남 YMCA의 한 방을 빌려 목회를 시작한 그는 교회 건물을 따로 짓지 않고 정신여고에 큰 강당을 무상으로 지어준뒤 더부살이 생활을 해왔다. 주님의 교회는 3000명의 큰 교회로 성장했으나 이목사는 98년 아무 미련없이 교회를 임영수 목사에게 맡기고 스위스로 가버렸다. 그는 앞으로도 목회 활동보다는 집필에 더 진력할 예정이다.
서울 논현동 서울영동교회는 강남개발 시기에 강남에 들어선 교회로는 드물게 지금도 79년 세워진 그대로의 모습이다. 교회가 성장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신도가 늘자 90년 한영교회, 93년 일원동교회, 94년 서울남교회, 98년 분당샘물교회 등으로 분가했다. 분당샘물교회는 맡고 있는 박은조 목사(52)는 98년 서울영동교회 담임으로 있다가 교회 개척에 나섰으며 10월초에는 이 교회에서 다시 수지샘빛교회를 분가시켜 한국교회 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명동 향린교회 홍근수 목사(65)도 정년을 5년 앞둔 올해말로 은퇴할 뜻을 밝혔으나 교인들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내년 창립 50주년 행사가 끝나는 5월까지 목회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새바람과는 달리 최근 기독교방송(CBS) 사장선임이나 YMCA 회장선출과 관련한 분란 뒤에 수십년간 기독교계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해온 특정 목회자가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또 역대 정권과의 밀착관계로 ‘자리’를 챙기면서 대통령 선거 때 마다 교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몇몇 목회자들에 대해서도 ‘자숙’의 소리가 높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