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환 교수 "독립신문사, 서소문동에 있었다"

  • 입력 2002년 11월 1일 18시 08분


지난해 정년 퇴임한 오인환(67) 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독특한 ‘퍼즐 게임’에 빠져 있다. 그는 사료를 통해 옛 언론사 건물의 위치와 사진을 찾아 지도 위에 표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평생 취미가 없었어요. 은퇴한 뒤 비로소 취미 생활처럼 시작했습니다.”

‘취미’라는 표현은 노학자의 겸양이다. 언론학계에서는 그의 ‘발굴’ 작업을 국내 언론사(言論史)의 새로운 도전으로 보고 있다.

오 교수는 최근 월간지 ‘신문과 방송’ 10월호에 이런 ‘취미 생활’의 결과를 담은 논문 한편을 발표했다. 한국의 첫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사의 터를 찾아나선 이 논문은 한국 언론사 연구의 숙제로 남아있던 부분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 오 교수는 논문에서 독립신문 사옥의 위치를 ‘현재 중구 서소문동 신아빌딩의 오른쪽 앞’으로 추정했다.

독립신문은 당시 ‘한성부 정동(漢城府 貞洞)’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위치를 적시한 기록은 없는 상태. 서울시에서 1985년 정동 34번지 5호에 ‘독립신문사 터’라는 표석을 세우기도 했으나 이도 정확한 근거를 가진 것은 아니다.

오 교수는 당시의 지도와 기록, 사료를 대조해가며 범위를 좁힌 끝에 옛 대법원 정문 앞, 현재의 서소문동에 독립신문사가 위치했다고 추정했다. 그는 경운궁(덕수궁) 부근을 찍은 옛 사진에서 독립신문 건물로 추정되는 한 한옥을 찾아냈다.

이런 결실을 얻기 까지 오교수는 도서관의 고문서 철을 꼼꼼히 뒤졌고 자료가 발견되면 사학자 등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 일본 학자들과도 연락을 주고 받으며 도움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이 추정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위해 독립신문 설립 당시 일본 체신청과 한국 농상공부의 기록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은퇴했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도서관 다니며 자료 찾고, 여러 분야 선생들 찾아다니며 묻고…. 현직에 있었을 때는 꿈도 못꿨어요. 여간 재미있는게 아니에요.”

오 교수는 “독립신문 뿐 아니라 지금까지 명멸한 모든 신문사들의 위치를 찾아 지도에 표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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