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0월 9일 18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그가 세종문화회관을 ‘고급 순수 예술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것은 물론 수긍이 간다. 그러나 대중가수들의 공연 때문에 세종문화회관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반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카네기홀이나 링컨센터 등에서도 대중 가수의 공연이 이뤄지고 있으며, 정작 이들 극장이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명사들의 기부금과 자체의 훌륭한 기획공연 때문이다. 김사장이 ‘돈을 벌기 위한 공연’으로 치부한 대중가수의 공연은 그동안 극장을 찾지 않던 시민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여 순수 고급예술의 관객을 늘리는 ‘중간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순수예술만을 고집하던 세종문화회관은 1983년 산하단체인 서울시향이 대중가수들과 협연하는 ‘팝스 콘서트’를 시작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당시 클래식계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던 ‘팝스 콘서트’는 이후 20년간 서울시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연주회로 자리잡았으며 클래식 연주회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1989년에는 패티김 이미자 등 대중가수들에게 무대를 개방하자 일부 운영자문위원은 순수예술에 먹칠한다는 이유로 사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조용필 하춘화 김종서 김건모 이주일 HOT 등의 대중예술인이 서고,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당시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악극공연을 통해 세종문화회관을 한번도 찾지 않던 중장년층과 청소년들도 세종문화회관을 찾기 시작했다. 순수예술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관객들의 외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혼합’을 시도하는 것 또한 세계적인 추세다.
70대 원로 성악가의 사장 ‘인선’을 다소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이 적잖은 현실에서 그의 ‘발상’마저 고루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전승훈기자 문화부 raph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