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차분한 초콜릿 우아한 보라

  • 입력 2002년 10월 3일 17시 56분


남성은 짙은 밤색의 스웨이드 소재 재킷 안에 역시 짙은 보라색의 터틀넥 니트를 매치했다. 밤색 바지 옆 선에는 보다 진한 밤색의 줄무늬가 있다. 여성 모델은 보라색 실크 블라우스에 몸에 꼭 달라붙는 밤색 정장을 입었다. 남성복 데얼스, 여성복 오브제.
남성은 짙은 밤색의 스웨이드 소재 재킷 안에 역시 짙은 보라색의 터틀넥 니트를 매치했다. 밤색 바지 옆 선에는 보다 진한 밤색의 줄무늬가 있다. 여성 모델은 보라색 실크 블라우스에 몸에 꼭 달라붙는 밤색 정장을 입었다. 남성복 데얼스, 여성복 오브제.
'다크 초콜릿'과 '퍼플 레인'. 올가을과 초겨울을 맞아 쇼핑 계획을 세웠거나 해묵은 옷장을 뒤적이고 있다면 남녀 모두 이 두가지 색에 주목하자. 짙은 초콜릿색과 보라색 모두 베이지, 갈색, 검정과 함께 기본적인 '가을, 겨울색'이지만 무난함의 대명사 베이지나 황토색보다도 이 두색상이 주조색으로 떠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패션 업계에서도 '한국인이 꺼리는 색'으로 통해 출고량을 제한했던 이들 색상이 새삼 인기를 끄는 현상이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따로 또같이, 코디네이션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줄수 있는 두색의 활용법을 알아본다.

●이질적 색상의 조화

“전 세계 유행에 큰 영향을 끼치는 프랑스 파리의 원단 전시회 ‘프레미에 비종’에 나타난 유행 컬러가 대부분 채도와 명도가 낮은 짙은 톤이었던 데다 올 하반기 트렌드 컬러가 갈색이다 보니 짙은 초콜릿색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입니다.”(‘오브제’ 채진숙 디자인팀장)

보라색은 주로 의상의 포인트 컬러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라색 의상의 생산 비중을 지난해 가을, 겨울 시즌에 비해 15% 이상 높였다는 ‘데얼스’의 김남영 디자인실장은 “주로 재킷, 슬랙스 등 겉옷의 포인트 컬러로 쓰거나 터틀넥, 셔츠 등 겉옷 안에 입는 옷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두 색상의 유행은 한국인들의 패션 감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지와 황토색, 검은색과 회색 등 매치했을 때 실패 확률이 낮은 같은 톤의 의상을 코디네이션하는 ‘톤 온 톤(tone on tone)’ 코디법을 탈피해 이질적인 색을 함께 쓰는 ‘컬러 코디네이션’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짙은 초콜릿, 맛있게 소화하기

다크 초콜릿색은 파스텔톤과 어울려 여성적이고 차분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상의나 하의 가운데 하나를 짙은 초콜릿색으로 입었을 때 나머지 한쪽은 익힌 연어의 속살색을 가리키는 ‘새먼 핑크’나 진분홍색인 ‘인디언 핑크’와 곁들여 입기도 한다. 특히 올 하반기 유행할 것으로 손꼽히는 코듀로이(코르덴) 소재의 짙은 초콜릿색 재킷에 새먼 핑크 톱이나 니트를 곁들이면 후회하지 않을 듯.

‘다크 초콜릿+스카이 블루’의 배합도 흥미거리다. 이지적이고 귀족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흰색기가 많은 밝은 스카이 블루보다 명도가 낮아 차분한 하늘색 또는 민트색이 잘 어울린다. 민트색은 프릴 장식, 줄무늬 등 옷의 일부나 스카프 등 액세서리에 포인트 컬러로 써도 좋다.

‘미샤’의 문윤재 디자인실장은 골반에 걸쳐 입는 짙은 감색의 ‘로 다운 진’을 짙은 초콜릿색의 파트너로 추천했다. “이 청바지를 짙은 초콜릿색의 코가 굵은 손뜨개 니트나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스웨이드 코트와 함께 입으면 활동적이고 섹시해 보입니다.”

●보라색, 우아하게 즐기기

보라색은 옷감으로는 한국인에게 친숙하지 않은 색상이다. 그러나 어느 계절에나 잘 어울리며 활용도도 높다는 것이 일부 의상전문가들의 말이다. 밀리터리풍을 연출하고 싶다면 카키와 보라색을 함께 입는다. 퍼플 셔츠 또는 터틀넥 셔츠에 다소 낡은 느낌의 카키색 가죽 또는 면, 데님 재킷, 잠바와 함께 입으면 터프해 보인다.

남성은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을 가리키는 ‘차콜 그레이’나 짙은 감색인 ‘다크 네이비’색 겉옷(양복 포함)에 짙은 보라색이 쓰인 셔츠 또는 넥타이를 곁들일 수 있다. (의상협찬 미샤, 오브제, 데얼스. 헤어&메이크업 ‘더 로프트’ 김선희 실장, 소명숙씨. 모델 조성일, 노지혜. 촬영장소 동아일보사 출판국 스튜디오)

전형적인 정장형의 갈색 투위드 재킷에 이보다조금 짙은 갈색의 시폰 스커트를 입었다. 보다 세련된 느낌을 주기 위해 익힌 연어색과 살구색의 중간쯤 되는 분홍색 실크 스카프를 매치했다.

보라색과 밤색이 세로로 교차하는 줄무늬 가디건과 황토색 면바지를 함께 입어 활동적인 느낌을 주는 코디네이션.신발은 바지색과 같은 황토색으로 스웨이드 소재이다. 카디건 위에 가죽 잠바를 곁들일 때 바지와 같은 황토색을 입으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짙은 밤색을 입는 것이 세련돼 보인다. 의상 데얼스.


실내에서 보면 짙은 밤색, 밝은 빛을 받으면 짙은 보라색으로 보이는 벨벳 소재 블라우스에 면, 폴리에스테르 혼방 팬츠와 밍크털 하프 코트.올 가을, 겨울 '구치'패션쇼에 선보인 뒤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구치풍의 십자가 목걸이를 곁들었다. 의상 미샤.

옆으로 넓게 퍼지는 짙은 밤색 스커트와 목 부분에 모피가 달린 블루종. 의상의 디자인이 튀더라도 아래 위 모두 짙은 밤색 톤을 입으면 차분해 보인다. 벌써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올 가을 유행 아이템. 블루종은 드레스풍의 ‘공주 치마’나 캐주얼한 청바지에 모두 잘 어울린다. 의상 오브제, 부츠 비아스피가.


글·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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