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고갱 100주기 앞두고 원시 동경 120여점 전시회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13분


전시작 중 하나인 ‘이아 오라나 마리아(마리아께 축복을)’(1891). 예수를 어깨에 얹고 있는 마리아를 ‘남태평양 적’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전시작 중 하나인 ‘이아 오라나 마리아(마리아께 축복을)’(1891). 예수를 어깨에 얹고 있는 마리아를 ‘남태평양 적’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집과 가정,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오직 그림 그리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찾아 세계를 떠돌아 다녔던 폴 고갱(Paul Gauguin·1848∼1903)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화 속에서 존재하기 위하여, 문명의 손길로부터 나 자신을 자유롭게 지키기 위하여 떠나는 것이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월 20일까지 열리는 ‘고갱 인 뉴욕 컬렉션: 이국의 유혹’전에서는 원시의 파라다이스를 동경했던 고갱의 작품 120여점을 그의 삶의 여정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2003년 고갱의 사망 100주년과 미국 데뷔 90주년(1913년에 미국 뉴욕에서 그의 작품이 처음 전시됐다)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60여점의 작품을 비롯해 뉴욕 주에 있는 여러 컬렉션에서 고갱의 작품을 모두 모았다.

파레트를 들고 있는 고갱의 자화상. 이 그림은 고갱을 옹호했던 상징주의 시인 샤를 모리스에게 헌정됐다.

버팔로에 있는 올브라이트-녹스 갤러리(Albright-Knox Gallery)에서 ‘황색 그리스도(Yellow Christ)’와 ‘유령이 그녀를 지켜본다(Spirit of the Dead Watching)’를,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달과 지구(The Moon and Earth)’를, 몇몇 개인 컬렉션에서 ‘파도(The Wave)’와 ‘뿔이 있는 머리(Head with Horns)’ 등 60여점을 빌려 왔다.1959년에 뉴욕에서 열렸던 고갱 전시회 이후 처음 있는 대규모 전시로 고갱의 걸작들을 시기별로 구분해 전시하고 있다. 1877년에 고갱이 자신의 아들 에밀을 조각한 작품으로 시작해 그가 사망하기 약 한 달전쯤 쓴 그가 머무르던 마르키스 군도의 당국의 횡포에 대해 호소하는 편지로 끝을 맺는다.

그 사이에 도자기, 나무 조각 작품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최근 입수한 약 25점의 스케치 작품 등이 전시됐다. 목판화와 타히티의 야외 식당에서 만든 돋을새김한 조각작품,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도자기 작품은 이 예술가가 여러 매개물을 통해 끊임없는 실험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시된 작품들을 통해 고갱이 머물렀던 브르타뉴, 마르티니크, 타히티와 마르키즈의 풍광이 풍요롭게 비친다.

뉴욕의 자존심인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외벽에 걸린 고갱전 현수막. 뉴욕〓조이영기자

관객들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는 작품은 ‘이아 오라나 마리아(Ia Orana Maria)’. 타히티어로 아베 마리아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고갱이 성서의 한 대목을 ‘남태평양적’으로 해석해 눈길을 끈다. 고갱은 이 작품에 대해 ‘노란 날개를 단 천사가 두 타히티 여인에게 마리아와 예수를 가리키고 있다. 마리아와 예수도 타히티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작품은 ‘황색 그리스도’와 같은 계열로, 원주민의 신앙심을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전시의 실제 주제는 고갱이라는 예술가, 그 자체다. 고갱의 작품은 자기 신화화를 위한 도구였기 때문에, 그의 삶을 알아야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평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작품 전시와 함께 ‘고갱 그림에 담긴 예술적 기법’ ‘고갱의 삶’에 대한 강의 및 일반 관객과 큐레이터가 전시장에서 갖는 대화의 시간, 다큐멘터리 필름 상영, 고등학생 및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뉴욕〓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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