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외규장각 도서반환’ 국제여론 묻는다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14분


1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약탈 도서의 일부. 조선 왕실의 족보인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記略·왼쪽)’과 조선 역대 임금의 글을 모은 ‘열성어제(列聖御製)’. 동아일보 자료사진
1프랑스가 1866년 병인양요때 약탈해간 외규장각 약탈 도서의 일부. 조선 왕실의 족보인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記略·왼쪽)’과 조선 역대 임금의 글을 모은 ‘열성어제(列聖御製)’. 동아일보 자료사진
세계 문화재 전문가들이 프랑스에 대한 한국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 요구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불법 약탈 문화재 반환과 도난 문화재 불법 거래 방지에 관한 국제 토론회가 열린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문화재청, 유네스코 본부와 공동으로 30일∼10월3일 서울 중구 장충동 타워호텔에서 여는 ‘문화재 반환 촉진 및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국제 전문가회의’.

이번 회의엔 한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덴마크 나이지리아의 문화재 반환 관련 전문가와 국제경찰 인터폴 관계자 25명이 참석한다. 약탈문화재 반환 노력 사례와 문화재 불법 거래 실태 및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국제권고안도 채택할 예정이다.

특히 1일 오전 열리는 ‘외규장각 약탈도서 반환 협상 관련 토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기서 나이지리아 이바다브대 교수인 폴라린 샬론(법학)은 프랑스와 나이지리아간 반환협상을 잘못된 사례로 제시한다. 프랑스는 나이지리아에서 벨기에로 불법 유출된 기원전 9세기경의 테라코타 조각품 3점을 사들여 소장해왔다.

반환 논쟁이 일어나자 프랑스는 나이지리아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대신 나이지리아는 프랑스에 25년간 임대형식으로 소장할 수 있도록 했고 25년 뒤 다시 임대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샬론은 “이는 프랑스에 유리한 협상으로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국립박물관 국제소장품관장인 페터 펜츠는 20세기 초 덴마크 식민지였던 그린란드에서 약탈한 문화재 3만5000여점을 1984년부터 17년에 걸쳐 그린란드에 반환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러나 프랑스 국립중앙과학원 국제법률협력센터 연구실장인 마리 코르뉴는 ‘반환 원칙에는 동의하나 외규장각 도서는 프랑스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어서 격론이 예상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마지막날 발표될 권고안에 외규장각 도서 반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기면 프랑스에 적지 않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 토론엔 서울대의 이태진 정옥자(이상 한국사) 백충현 교수(법학), 외규장각 도서 반환 협상을 맡았던 한상진 대통령자문기획정책위원회 위원장, 파스칼 다이애 부르종 주한 프랑스 대사관 부문정관 등이 참가한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