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지금은 여전히 철기 시대다. 철은 현대 문명을 받쳐주는 버팀목이면서도 무기가 되어 한순간에 인간의 삶과 지구의 운명을 파괴해버릴 수도 있는 폭력의 상징물이다. 전시 제목을 ‘철기시대 이후를 생각한다’로 한 것도 철기 시대(무기의 시대) 이후 평화의 시대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것이다.
그의 작품이 늘 그렇듯 이번 전시작도 힘이 넘치고 의미심장하다. 포탄의 탄피를 잘라내고 고철 덩어리를 모아 붙이는 작업 자체가 힘이다. 포탄에 짓눌려 휘청거리는 사람, 날아오는 포탄을 가슴으로 떠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을 형상화한 작품들. 매향리의 포탄이 매향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매향리 포탄은 날개를 달고 고철 덩어리 위에서 비상을 꿈꾼다. 날개는 일상적이고 유용한 스테인리스 숟가락 나이프 포크 등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폭력적인 철이 실용적인 스테인리스 철과 만나 평화의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것이다. 포탄의 탄피를 그대로 이용한 탁자와 의자 조명기 등은 색다른 매력을 전해준다.
25일 오후 5시엔 개막 축하 공연 ‘정안수’가 열리고 26일과 10월3일 오후 7시엔 작가 한젬마씨, 유홍준 명지대교수와 임옥상과의 대화의 시간이 마련된다. 02-736-1020, 720-1020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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