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유아 자위행위’ 야단보다 관심거리 유도를

  • 입력 2002년 9월 10일 17시 17분


《“제 딸은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활발한 아이죠.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침대나 소파에 올라타서 ‘아랫도리’를 비비는 행동을 하네요. 그럴 때면 얼굴이 붉게 변하고 눈빛이 희미해져 버립니다. 흥건히 땀에 젖은 아이에게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물으면 ‘오줌이 나올 듯 말 듯한 기분이 좋고 재미있어서’랍니다. 혼냈더니 이제는 몰래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37세 아빠, 한 인터넷사이트 청소년 성상담 게시판에서)

“이제 겨우 네 살인 아들이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배웠다면서 자꾸 고추를 만지작거려요. 처음엔 그러다 말겠거니하고 그냥 두었더니 이젠 어딜 가도 손을 바지춤에 집어넣고 다녀요.”(이모씨·34·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이들의 이 같은 습관도 자위행위로 분류된다. 특히 4, 5세 아이들이 성기(性器)를 가지고 노는 것은 ‘유아적 자위행위’로 통칭된다. 취학 전에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지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습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유아적 자위’는 지난해 1∼12월 내일여성센터의 학부모 전화 상담 673건 가운데 115건으로 집계 순위 2위를 차지할 만큼 부모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원인은?

어린이 자위는 ‘성장과정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신분석가인 안나 프로이트는 저서 ‘5세 이전 아이의 성본능이 평생을 좌우한다’에서 “아이가 배변, 청결 훈련을 어느 정도 익히고 나면 항문 부위는 더 이상 쾌락적 감각을 주지 못한다. 어린이의 삶에서 4, 5세 때 성적인 장난을 하는 것은 1세 때 입, 2세때 항문이 차지하던 역할과 비슷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갑자기 젖을 떼거나 동생이 생기는 등 신변에 변화가 생겨 스트레스를 받을 때 △성기가 불결하거나 기생충이 있어 긁다가 습관으로 굳어질 때 △ 친구나 장난감이 없어 심심할 때 △결벽증이 있는 부모가 성기를 자주 씻어주어 신경을 쓰게 된 경우 △가족이나 타인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을 때 △너무 꼭 끼는 바지를 입다가 마찰이 기분이 좋아져서 △성추행 휴유증 등이다.

●대처법은?

전문가들은 벌을 주거나 야단을 치는 것은 오히려 자위의 경험을 간직하게 하고 죄의식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한다.

내일여성센터의 김영란 소장은 “왜, 무엇을 하는지 물으며 몰아세우기보다 다른 관심거리를 찾아주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우리 백화점에 놀러갈까?” “이 장난감은 정말 재미있겠다”는 등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제안이 좋다.

공공장소에서까지 습관이 나타날 경우 “이곳에만 옷을 두 개나 입지? 그만큼 소중한 곳이야. 함부로 만져서는 안되겠지?” “오줌이랑 똥 눌 때 화장실 문을 잠그지? 고추만지는 것도 사람들이 보는 데서 하면 예의에 어긋나”라고 말해준다.

자위의 이유가 성추행, 몸에 맞지 않는 옷, 기생충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바리아동여성상담센터 박성희 원장은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차근차근 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 결과 성지식이 너무 많다든지 불안감을 겪고 있다면 성행위를 직접, 간접적으로 목격했거나 성추행을 경험했을 수 있는만큼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

서울여대 장연집 교수(아동학과·특수치료전문대학원)는 심심하면 반복적으로 하게 되므로 화장실이나 잠들기 전 침대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않도록 배려할 것, 콜라주 페인팅 모래놀이 물놀이 찰흙놀이 요리 등 손을 많이 사용하도록 할 것 등을 제안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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