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섣부른 다이어트…몸도 마음도 '골병'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35분


섣부르게 다이어트를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열린 ‘비만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운동처방사의 지도에 따라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섣부르게 다이어트를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열린 ‘비만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운동처방사의 지도에 따라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단식원에 들어가 1주일 만에 10㎏을 뺐지만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서 참기 힘들었어요.”

체중이 100㎏에 이르자 위기감을 느끼고 살을 빼기로 결심한 회사원 박모씨(29·서울 양천구 목동)는 최근 여름 휴가를 이용해 ‘금식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소화불량 증세가 계속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부작용을 톡톡히 겪고 있다.

비만이 건강을 위협하는 적(敵)으로 떠오르면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이 늘고 건강보조식품 헬스클럽 비만관리실 비만서적 등 ‘비만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문제는 단기간에 살을 빼려다 후유증을 겪는 사례가 많다는 것.

지난해 5월 살을 빼려고 변비약 등을 복용해오던 회사원 A씨(22·여·부산 연제구 연제동)는 심한 탈수 등으로 숨졌고 최근 일본 한국 등지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된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이 사회문제가 됐다.

전문의들은 “시중에 넘쳐나는 다이어트법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것”이라며 “건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후유증으로 독(毒)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의 도움말로 다이어트 후유증과 대처법을 소개한다.

▽건강보조식품〓‘1주일에 5㎏ 감량 보장’ ‘기적의 다이어트 요법’ 등 화려한 말을 앞세운 다이어트 식품이 많으나 피해나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 많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올들어 8월 현재까지 접수된 불만 또는 피해 사례는 2000여건에 이른다.

1∼3월에 접수된 다이어트 식품 관련 신고 499건 가운데 120명(24%)이 부작용 때문에 사용을 중지했거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 부작용으로는 복통과 설사, 변비 및 속쓰림이 5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발진 두드러기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15명) △구토 메스꺼움(15명) △두통 어지러움 현기증(11명) △생리불순(7명) △불면증 등 기타(36명)순이었다(복수응답).

상당수 다이어트 식품는 이뇨제와 변비약, 대사증강제 성분이 들어 있어 몸무게가 줄어든다. 그러나 이는 체내의 수분과 변이 배출되면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근본적인 체중 감량과는 다르다.

결국 이런 다이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전해질에 문제가 생겨 심장마비나 근무력증 등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식이장애〓다이어트 후유증의 가장 흔한 증상이 무력감과 어지럼증, 소화장애. 이 같은 증상이 되풀이되면서 정신적 문제까지 겹치면 폭식증과 거식증 등 식이장애가 나타난다.

폭식증은 식사를 참다가 한꺼번에 먹은 뒤 토해내거나 설사제 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것이다. 거식증은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15% 이상 줄이고도 음식 먹는 것을 피하는 식이장애로 심하면 숨질 수도 있다. ‘톱 오브 더 월드’ 등의 노래로 한국인에게도 낯익은 세계적인 팝가수 ‘카펜터스’의 캐런 카펜터도 다이어트에 집착하다 거식증에 걸려 33세의 젊은 나이로 숨졌다.

섣부른 다이어트는 ‘요요현상’을 가져와 비만이 심해지기도 한다. 식사량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몸은 본능적으로 기초대사량을 줄여 소모열량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식사량이 조금만 늘어도 대사에 이용되지 못한 열량이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돼 다이어트 이전보다 더 비만해질 수 있다. 이 같은 요요현상을 경험한 사람은 곧잘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하는 좌절감에 빠진다.

▽대처방법〓다이어트에 따른 후유증 없이 효과적으로 살을 빼려면 저열량 식사, 균형잡힌 식사, 정기적인 운동 등 3박자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의 성인 남성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은 평균 2200㎉, 여성은 1800㎉. 다이어트를 하려면 남성은 1200∼1600㎉,여성은800∼1200㎉ 정도로 섭취열량을 제한한다.

균형식이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섭취 비율을 65 대 15 대 20으로 맞추는 식사법. 이렇게 하면 섭취하는 총열량을 줄여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시중에 유행하는 다이어트 식품의 대부분은 ‘저(低) 탄수화물, 고(高) 단백질’로 균형식과는 거리가 멀다.

유 교수는 “조깅 수영 등 온 몸의 근육과 관절을 움직이는 운동을 매일 30분씩 숨이 찰 정도로 하는 것이 살을 빼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지방 섭취 줄여도 살찐다?…사람따라 비만요인 달라▼

비만에서 벗어나려면 하루 섭취열량에서 500㎉ 정도를 줄여야 하는 것이 상식으로 돼 있다. 그러나 임상영양의학 전문가들은 이처럼 무조건 섭취열량만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충고한다.

비만한 사람이 지방섭취를 줄이면 좋은 것으로 돼 있지만 지방을 줄여도 살이 찌는 사람이 많다. 이는 사람마다 살을 찌게 하는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지방 때문에 살이 찌지만 어떤 사람은 탄수화물 때문에 살이 찐다. 탄수화물은 사람의 몸 속에서 지방으로 바뀌어 축적되기 때문. 따라서 비만한 사람은 식사 내용을 분석해 어떤 음식 때문에 비만해졌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한국에서는 탄수화물 특히 밀가루 음식 때문에 살이 찐 사람이 꽤 많다. 곱게 빻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은 몸 속에서 혈당을 급격히 올려 체내에 지방으로 쌓이게 된다. 밀가루와 마찬가지로 탄수화물 성분이 대부분인 현미 고구마 옥수수를 밀가루만큼 먹어도 살이 덜 찐다. 그 이유는 밀가루에 비해 혈당을 올리는 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살을 빼기 위해 육류와 같은 지방을 아예 먹지 않으면 몸 속 지방분해를 돕는데 필요한 ‘카르티닌’이라는 성분이 감소돼 결국 체중이 줄지 않는다. 카르티닌은 육류 속에만 있기 때문. 또 지방은 여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므로 육류섭취가 적은 여성은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하게 돼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월경통이 심해진다.

따라서 고기는 적당히 먹는 것이 좋다. 지방엔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 두 가지가 있는데 살을 찌게 하는 것은 포화지방산이므로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것을 섭취한다.

불포화지방산은 주로 식물성인 콩, 옥수수, 올리브, 등 푸른 생선, 달맞이꽃 기름, 건포도씨 기름 등에 많다.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심장병 예방효과가 있다.

무작정 식사를 거르며 살을 빼면 칼슘이 모자라 골다공증이 생기기 쉽다. 우유 치즈 오렌지 두부 콩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좋다.(도움말〓아주대 의대 가정의학과 김범택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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