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守 株 待 兎(수주대토)

  • 입력 2002년 8월 13일 16시 57분


守 株 待 兎(수주대토)

株-그루터기 주 兎-토끼 토 馳-말달릴 치

覇-우두머리 패 焚-태울 분 踏-밟을 답

諸子百家(제자백가) 중 가장 대립적인 사상은 儒家(유가)와 法家(법가)였다. 두 사상은 하나부터 열까지 정면으로 背馳(배치)되었다. 예를 들어 儒家가 封建制(봉건제)를 주장했다면 法家는 郡縣制(군현제)를, 儒家가 王道政治(왕도정치)를 주장한데 반해 法家는 覇道政治(패도정치)를 주장했다. 또 儒家가 禮治(예치)를 주장했다면 法家는 法治(법치)를, 儒家가 敎育을 중시했다면 法家는 愚民政策(우민정책)을 주장했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점은 역사관에 있다. 儒家는 옛날 周(주)나라 초기를 理想(이상)으로 설정하고 그 때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 바 復古(복고)로서 孔子(공자)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옛 것을 더 중시했다. 자연히 守舊的(수구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法家는 전혀 다르다. 역사란 進化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현재이지 결코 과거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復古 보다는 改革(개혁)을 주장했다. 소위 變法(변법)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관의 대립으로 나타난 사건이 焚書坑儒(분서갱유)다.

法家의 이론을 集大成(집대성)한 韓非子(한비자)는 그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는 철저한 개혁정치를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태고시대에 有巢氏(유소씨)가 나무를 엮어 집을 만들고 燧人氏(수인씨)가 나무를 비벼 불을 만들었다고 해서 후세 사람들이 그렇게 따라 한다는 것은 우스운 노릇이다.

그래서 堯舜(요순)시대의 통치방법을 그대로 踏襲(답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진정한 聖人(성인)은 옛 제도를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실정에 맞게 적절한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變通(변통)없는 踏襲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지를 다음의 寓言(우언)을 빌어 설명했다.

“옛날 춘추시대 宋(송)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하루는 밭을 갈고 있는데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나타나서는 밭 모퉁이에 있던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히더니 그만 목이 부러져 죽는 것이 아닌가. 농부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토끼를 잡게 되었다. 그 뒤부터 그는 농사일을 팽개치고 매일 그루터기만 지켰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밭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되었다. 뭇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한비자는 옛 聖人들의 정책으로 지금의 시대를 다스린다면 그루터기를 지키고 있는 농부와 같은 꼴이라고 했다. 여기서 守株待兎는 ‘變通없이 옹색한 사람’을 뜻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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