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버린 남편 황석영에 배신감”

  • 입력 2002년 8월 9일 23시 30분


남편인 소설가 황석영씨와 함께 90∼91년 방북했으나 이후 별거하며 미국 뉴욕에서 ‘망명생활’을 해온 무용가 김명수씨(48)가 최근 무용활동 재개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김씨는 9일 기자들과 만나 별거 중인 남편 황씨와의 관계에 대해 털어놓았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이혼한 것으로 알고 있더군요. 호적에도 엄연한 부부 사이인데 아들과 아내를 나 몰라라 하는 것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인간적으로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방북해 망명으로 잃어버린 내 인생을 돌아보며 통곡할 뿐입니다.”

김씨는 외아들 호섭군(15)과 황씨를 따라 90∼91년 북한을 방문했다. 91년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는데 이때 100년산 산삼을 선물로 받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 뒤 함께 미국에 머물던 황씨가 93년 홀로 귀국해 투옥되자 김씨는 미국에서 석방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생활비 일부는 원로 조각가인 친정아버지 김영중씨에게서 지원 받았고 삯바느질, 웨이트리스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98년 남편으로부터 ‘혼자 살고 싶다’는 팩스를 받았다”며 “지난달 20일경 황씨와 가족사진을 찍은 뒤 아이와 생계를 위해 98년 연희동 집을 처분한 돈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절대 이혼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씨 "교육비등 꼬박 꼬박 美송금"

김씨의 기자회견 소식을 들은 황씨는 “생활비나 양육비를 보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서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감옥에 있는 5년간 김씨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며 “소설 ‘장길산’의 저작권료와 드라마 ‘장길산’ 계약금 2억2000만원을 주었고 아들의 양육비로 1년에 1만∼1만5000달러씩 계속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98년 감옥에서 나왔을 때 한국에서 함께 살자고 했으나 그가 거절했고 이혼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7세에 발레를 시작해 이화여대에서 현대무용을 공부한 뒤 인간문화재인 김숙자 이매방 등에게서 전통춤을 배웠다. 86년 황씨와 결혼한 그는 94년 미국 뉴욕에서 ‘굿춤’으로 데뷔했다. 지난해 미국 영주권을 취득한 김씨는 앞으로 자유롭게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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