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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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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해설 전문가인 J형을 제가 종종 놀렸죠. 학생들 상대로 하는 해설에 뭐 그렇게 큰 공 들일 게 있겠냐구요. 제가 그 ‘벌’을 받은 모양입니다. 5. 6일 어쭙지않게 ‘청소년 음악회’에서 해설을 맡았다가 혼쭐이 났거든요.
우선 제 어눌한 말솜씨가 은근히 걱정됐습니다. 메모를 준비하기 보다는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완전원고’를 써놓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루종일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렸습니다.
사회자석에 조명이 들어오고, 마른 침을 삼키며 무대로 나갔죠. 와글와글, 객석과의 기(氣)싸움은 생각만큼 쉽지 않더군요.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고, 어색한 농담으로 시선을 붙들기 위해 애썼습니다.
월드컵 얘기를 꺼내자 조금씩 눈들이 초롱초롱해졌습니다. ‘붉은 악마’의 응원 리본에 쓰여있던 ‘Forza(힘)’의 의미가 베르디의 오페라 제목에 나오는 ‘Forza’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도 설명하고, ‘선진국 청소년은 공연장에서 떠들지 않는다’고 말하자 훨씬 분위기는 차분해졌습니다. 고마운 관객들!
두 시간 남짓한 동안에 깨닫게 됐습니다. 무대에 서는 것은 멋진 게임이라구요. 알기 쉽게 설명했다고 자신하면서 말을 던졌을 때 객석의 눈빛도 똑같이 초롱해졌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조금 따분하다 싶은 부분에서는 금새 눈길이 돌아가버리더군요.
그리고, 난생 처음 손님이 아닌 ‘주인’의 입장으로 들어가본 무대분장실.
“어라, 샤워실이 다 있네!”
제 입에서 터진 감탄이었습니다. 공연장을 25년이나 들락거리고 담당기자를 6년이나 했어도, 몰랐던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결국 ‘한 수’ 배운건 관객뿐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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