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명창 안숙선 ‘수궁가’ 야외무대 첫완창 도전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24분


안숙선(53) 명창이 판소리 ‘수궁가’의 야외무대 첫 완창에 도전한다. 9일 밤 9시 국립극장 하늘극장, 02-2274-3507.

중요무형문화재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인 그는 ‘춘향가’ ‘흥보가’ ‘심청가’ 등 판소리 다섯마당을 13회나 완창했지만 한 여름밤 열대야 속에 3시간 넘게 노래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옛날에는 야외 가설무대에서 공연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실내 공연에 익숙해져 걱정이됩니다. 열린 공간이어서 집중하기도 어렵고….”

하지만 그는 옛 기억을 되살려 관객과 교감하는 ‘한바탕 잔치’를 벌일 작정이다. ‘수궁가’ 노래 중간에 객석으로 내려가 “토끼가 정말 용왕에게 간을 빼줄까”라는 식으로 애드리브를 하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겠다는 것.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유일하게 동물 우화를 바탕으로 한 ‘수궁가’는 어려울 때는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서로 속고 속이는 인간 세상을 풍자하고 있어요. 열두살 때 처음 배운 작품이고 세 번이나 완창했던 작품이어서 남다른 애착이 갑니다. 이번 무대는 남녀노소가 부담없이 즐기는 국악의 진수를 느끼는 자리가 될 겁니다.”

안 명창은 요즘도 하루 3∼4시간씩 연습을 빼놓지 않는다. 1949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9살때부터 주광덕 강순영 정광수 등 소리와 연주의 명인들로부터 국악을 배웠던 그는 지금도 ‘소리를 쉬면 목이 녹슨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는 소리꾼이면서 2000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노래 부르는 게 훨씬 편하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고 국악의 당위성을 알리면서 느끼는 보람도 크다.

‘수궁가’ 완창을 끝낸 후에도 그는 쉴 틈이 없다. 이달 말 일본 도쿄에서 한일 인간문화재 공연에 이어 9월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가을 축제에 판소리 다섯마당을 외국에 소개하러 떠난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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