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음]'선비 무용가' 최현씨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41분


8일 별세한 최현(崔賢·본명 최윤찬·崔潤燦·73·사진) 전 국립무용단장은 여성 위주의 한국 무용계에서 남자 춤 영역을 개척한 ‘선비 무용가’였다. 고인은 6월 지병인 간암으로 병상에 눕기 전까지 제자들을 가르쳤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계속한 ‘영원한 무대인’이기도 했다.

생전의 최현 선생은 후배들에게 “춤은 희로애락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소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처럼 진실돼야 한다”며 “우리 유산(춤)을 이 시대에 맞는 감각으로 재창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1929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17세 때 김해랑 무용연구소에 들어가 8년 동안 궁중무용 민속무용 등 전통춤을 배운 뒤 김천흥 한영숙 등 당대의 명인들에게 다양한 춤을 배웠다. 1954년에는 서울 혜화동에 무용연구소를 개소해 선비춤의 맥을 이으며 전통에 기반을 둔 창작 무용을 선보였다.특히 고인은 무용 영재교육에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예원학교 서울예고 등에 30여년간 재직하며 이화여대 김명숙, 한양대 백정희, 창원대 김향금, 한국체대 강미선 교수 등 후학을 양성했다. 서울예전 교수, 국립무용단 지도위원,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초대 회장 등을 역임했고 ‘군자무’ ‘남색끝동’ ‘허행초’ ‘헌화가’ ‘연가’ ‘시집가는 날’ 등 10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차범석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은 “한국적이며 전통적인 그의 춤은 국내 무용계가 여성적이고 남자 춤도 중성화돼 가는 상황에서 남자 춤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지켜왔다”고 추도했다. 빈소인 서울대병원에는 조경희 전 예총회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이종덕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 조흥동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육완순 현대무용진흥회 회장, 연출가 손진책, 무용평론가 장광렬씨 등이 조문했다. 유족은 부인 원필녀씨(44·한국 무용가). 장례식은 11일 오전 8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한국무용협회장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이북5도 공원묘지. 02-760-2014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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