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牙 城(아성)

  • 입력 2002년 6월 9일 21시 30분


牙 城(아성)

牙-어금니 아城-성 성 甲-갑옷 갑 齒-이 치旗-기 기 甕-독 옹

漢字(한자)가 만들어진 여섯 가지 방법 중 하나에 물체의 모양을 본 떠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이런 글자를 象形文(상형문)이라고 하는데 본 떠는 방법은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졌다. 정면에서 본 것이 있는가 하면 측면도 있고, 또 밑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보고 그린 것도 있다. 그 뿐인가? 그린 다음 뒤집고 눕히고 한참이나 주물럭거린 다음 만든 漢字도 많다.

‘牙’는 일단 어금니를 꽉 깨문 모습을 그린 다음 세워놓은 글자다. 물론 漢字가 많이 변했기 때문에 도무지 닮은 것 같지 않지만 漢字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아, 그랬었구나! ’하고 수긍하게 된다. 따라서 牙의 뜻은 ‘어금니’다. 코끼리의 어금니를 象牙(상아)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금니의 특징은 무척 단단하고 강하다. 그래서 고기를 씹을 때 우리는 어금니를 사용한다.

반면 앞니를 그린 것이 ‘齒’다. 이것 역시 믿어지지 않겠지만 漢字의 원형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그래서 齒牙(치아)라면 앞니와 어금니를 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城은 土와 成의 합성어다. 옛날에는 성을 흙(土)이나 돌을 사용해 지었기(成) 때문이다. 따라서 牙城이란 ‘어금니의 城’이라는 뜻이 된다.

가끔 ‘牙城’이라는 말을 한다. 특히 신문지상의 체육면에 보면 ‘오랫만에 ∼의 牙城을 깨뜨리고…’라는 표현을 접할 때가 많다. 그럴 경우, 대체로 치열한 접전 끝에 이루어낸 값진 승리를 뜻한다. 牙城은 워낙 견고해 그것을 깨뜨린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각 부대는 그것을 상징할 수 있는 旗(기)를 가지고 있다. 부대기가 되겠는데 늘 지휘관을 따라 다닌다. 지휘관이 부대를 실질적으로 대표한다면 부대기는 그 부대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셈이다. 그래서 旗를 빼앗긴 군대는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옛날의 부대기는 어금니나 象牙의 견고함을 빌어 와 깃대 위에 象牙 조각을 걸어 장식하곤 했다. 그것을 牙旗(아기)라고 했다.

牙城(아성)이란 ‘牙旗를 꽂아 둔 城’ 이라는 뜻이 되어 지휘관이 주둔하고 있는 城을 말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사령부’가 되겠다. 부대의 실질적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지휘관이 위치해 있는 곳이므로 군대 중에서도 가장 강한 군대로 호위하고 있다. 따라서 牙城은 그 만큼 難攻不落(난공불락)일 수밖에 없다. 비슷한 말에 鐵甕城(철옹성)이 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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