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40, 50대의 성형 '이유있는 변신'

  • 입력 2002년 5월 9일 14시 18분


40대 이후 중장년층의 성형 문화는 젊은층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40대 성형은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를 자타에 확인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이 나이가 되면 출발선이 비슷했더라도 사회적 지위에 격차가 벌어지고 그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은 점점 작아지게 된다. 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서 자신이 비교 열세에 있다고 판단되면 성형으로 만회해 보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전업주부의 경우 중학생이 된 자녀가 부모를 멀리함에 따라 약간의 우울증에 빠지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활동을 하는 남편과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성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늘 따라 나이 들어 보인다”는 남편의 핀잔에 상처를 받고 수술을 결심하기도 한다. 젊고 활기 있으며 수술한 티가 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보였으면 하는 것이 이 연령대의 희망사항이다.

‘성형 전염’이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연령대도 20대가 아니라 중장년층이다. 한 여성의 ‘성공 사례’를 보고 아파트 같은 라인의 주부들이 동일한 성형외과를 떼지어 찾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는 ‘충동’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쟁심리’에 기댄 바 크다.

50대 이후는 일생의 ‘숙원사업’을 성취하기 위한 성형이 많다. 어려서부터 ‘납작코’ 또는 ‘단추구멍’ 등으로 불리며 놀림받고 성장한 경우 가슴에 응어리졌던 것을 해소하고 인생의 열등감에서 해방되려는 절실한 심정에서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이 특별히 흉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위인데도 성형을 고집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에 비해 10, 20대 초반 여성들은 성형수술에 대한 태도가 분명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들의 요구는 의사들을 난감하게 할 때가 많다. “(턱뼈를) ‘확’ 깎아달라”든가 “(광대뼈를) ‘푹’ 집어넣어 달라”는 등의 저돌적인 요구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안면윤곽술을 통해 얼굴의 ‘변화’가 아닌 ‘변신’을 추구하는 현상이 이 연령대에서 뚜렷하다.

“수술 후 남자친구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때” 성형수술이 가장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여성도 있다. 성형수술 후 입원한 여자친구를 기쁜 표정으로 문병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특히 중고교생의 경우 성형과 전학(轉學)이 ‘패키지화’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한 경우 안면윤곽술을 받은 직후 전학을 결행, 졸업 앨범에 수술 전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령대로는 30대의 성형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미 결혼이나 취업을 한 상태여서 성형의 필요성이 적은 데다 한창 육아에 전념할 때여서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강원 성형외과 전문의·이강원성형외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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