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盧후보 대담 과정 전말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32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측의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본보가 8일자 A3면에 보도한 ‘7일 새벽 노 후보와 본보 기자와의 대담’ 기사에 대해 “부분적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8일 주장했다.

노 후보에게 확인한 결과 ‘내가 후보가 되면 아마 조선일보와 싸우게 될 것이다’, ‘폐간 얘기를 했다면 조선일보에 대해 했을 수 있다’는 부분은 언급한 사실이 없다며 하루 전 대담 내용을 부인했다.

유 특보는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밤늦게 집까지 찾아왔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만나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눈 것인데 일련의 대화 중 필요한 부분만 떼어내서 쓰는 건 곤란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대담 내용 중 다른 내용은 부인하지 않았다.

노 후보는 7일 새벽 본보 기자 2명이 서울 종로구 명륜동 자택을 방문했을 때 조선일보에 대해 그 같은 발언을 분명히 했다. 본보 기자들은 노 후보가 전날 인천 경선 합동연설에서 “동아 조선은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발언한 배경을 본인에게 직접 듣기 위해 노 후보 자택을 방문했다.

기자들이 노 후보 자택에 도착했을 때는 7일 0시 무렵이었고, 노 후보는 이미 잠자리에 든 상태였다. 노 후보는 잠옷차림으로 직접 현관문을 열어주며 기자들을 맞았다. 이날 방문은 사전에 약속된 것은 아니었고, 정식으로 인터뷰를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화 전에 비보도 약속을 하지도 않았다.

대화는 40분가량 계속됐으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기자들이 대담 내용을 녹취하거나 메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화를 마친 직후 본보 기자 2명은 자동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으로 가 서로의 기억을 맞춰 가면서 대화 내용을 정리했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몇 차례 검토를 거듭해 대화록 정리를 마친 것은 새벽 4시 경이었다.

노 후보는 본보 기자와 마주앉자마자 지난해 8월1일 일부 기자와의 술자리에서 동아일보가 거론된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동아일보 얘기가 나온 것은 누군가가 ‘세금을 다 물면 동아일보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해 ‘그거야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좋은 신문이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그리고 ‘사주가 망한다고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종업원지주제 같은 걸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얘기가 연결된 것 같다.”

노 후보는 또 조선일보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전에도 사석에서 우리나라 보수지는 동아, 중앙 2개면 되지 않느냐고 여러 차례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후보가 되면 조선일보와 싸우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고 “다만 내가 나설지 당이 나설지가 문제인데 당에서는 발목을 잡겠지”라고 덧붙였다.

본보는 이날 대담 내용이 정식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동아 조선은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발언한 배경과 ‘동아일보 폐간’ 발언 논란에 대한 노 후보 본인의 설명인 만큼 기사가치가 있다고 판단, 주요 내용을 기사화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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