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후보 확정…법전-숭산-성수 스님

  • 입력 2002년 3월 11일 18시 32분


대한불교 조계종은 11일 오전 서울 조계사 총무원에서 제11대 종정 추대를 위한 원로회의를 열었으나 종정을 선출하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12월31일 혜암(慧菴)종정 입적이후 공석이 된 종정을 추대하기위해 소집된 것. 원로 회의 의원 22명 가운데 16명과 당연직인 총무원장, 호계원장, 중앙종회의장 등 19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회의는 불교계 안팎에서 설왕설래하던 종정 후보를 압축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날 현장에서 원로회의 의원으로 구성된 9인 전형위원의 추천을 통해 법전(法傳·77) 원로회의 의장, 숭산(崇山·76) 화계사 조실, 성수(性壽·80) 경남 함양 황대선원 선원장 등 3명을 종정 후보로 확정한 것.

기획실장 현고스님은 모임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원로회의가 이날 종정을 추대하지 않은 것은 불교계 공론을 다시 모으고 만장일치로 종정을 추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26, 27일 다시 원로회의를 갖고 차기 종정을 추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종정이 추대되지못한 표면적인 이유는 ‘공론을 모은다’는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종정을 둘러싼 경합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추대 모임에 앞서 어느 후보가 종정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시시각각 바뀌기도 했다.

성수 스님이 3인 후보의 한 사람이 됐지만 후임 종정은 법전 스님과 숭산 스님의 2파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양측은 한 쪽이 다른 쪽의 대승적인 양보를 얻어낼만큼 원로회의 다수의 지지를 얻지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법전 스님과 숭산 스님이 조계종의 양대 산맥인 각각 범어문중과 덕숭문중을 대표하고 있다는 점도 종정 선출에 대한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범어문중이 성철(性徹) 혜암 등 종정 스님을 다수 배출한 반면 덕숭문중은 경허(鏡虛), 만공(滿空)선사로 이어지는 우리 근현대 불교의 대표적 선맥이면서도 종정을 배출하지 못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많다.

법전 스님은 한국 불교의 전설로 남은 ‘봉암사 결사’에 참여했으며 현재 원로회의 의장으로 조계종 최대 사찰인 해인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숭산 스님은 30여년에 걸친 해외 포교 활동을 통해 현각(玄覺) 스님 등 여러 외국인 스님을 제자로 두고 있고, 국제적 감각과 합리적 성품이 강점이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후임 종정 선출은 26, 27일을 넘기지는 않을 것을 보인다. 조계종의 정신적 상징이자 가장 큰 어른인 종정 자리를 공석으로 장기간 두는 것 자체가 또다른 불씨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갑식 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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