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새로운 나를 찾으세요"

  • 입력 2002년 2월 28일 14시 22분


Q : 수원의 병규엄마입니다. 요즘 좀 먹고 살 만하니까 남편이 오디오에 푹 빠져 삽니다. 참, 남편은 45세 된 대기업 부장입니다. 그냥 음악 듣는 거야 뭐라 하겠습니까마는 스피커 소리가 어떠니, 진공관이 어떠니 하면서 돈을 물쓰듯 합니다. 산 지 며칠 되지도 않은 스피커를 바꾸겠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취미생활이라는데, 이걸 그냥 내버려둬야 합니까?

A : 예. 그냥 내버려둬야 합니다. 심리학자의 눈으로 보자면 우리나라 40, 50대가 가장 불쌍한 세대입니다. 악착같이 근검절약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절을 지내왔기에 인생을 즐긴다는 것은 꿈도 못 꾸기 때문이죠. 병규아빠가 뒤늦게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일을 찾아 몰두한다는 것은 병규엄마에게도 큰 행복입니다. 한국남자들 대부분이 그런 재미를 못 느끼고 무덤으로 갑니다. 아니면 아주 엉뚱한 재미를 찾거나…. 무슨 뜻인지 아시죠?

‘50플러스 세대’라는 용어가 있어요. 50세부터 65세까지의 사람들을 일컫는 표현이죠. 의학의 발전으로 수명이 연장될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노년기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20, 30년 동안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남의 돈 따 먹으려고’ 정신없이 살아왔다면 이제는 내 인생을 내가 결정하면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거죠.

50플러스 세대에 속하는 사람의 특징은 자기가 정말 즐기는 일이 있다는 겁니다. 병규아빠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면 아마도 오디오 관련된 일이 되겠지요.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은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사회문제만 일으킬 뿐입니다. ‘고향에 돌아가 거울을 봐야 할 나이’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면 내가 정말 재미 있어 하며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라는 뜻이죠.

최근 발표된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란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그러나 일어나 앞으로 나가.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 뭐 그런 뜻이죠. 요즘 중년남자들이 술 먹으면 이 노래를 부르며 주먹 불끈 쥔다고 해요.

병규엄마.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야 겨우 정말 재미있는 일을 찾은 병규아빠에게 그 일을 못하게 하면 그 불끈 쥔 두 주먹을 가지고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그러니 제발 그냥 내버려두세요.

“브라보, 병규아빠.”

www.leisure-stud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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