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부부간의 비즈니스

  • 입력 2002년 2월 28일 14시 22분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구체적으로 이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면, 누구든 이미 그 당사자의 인생이 순탄하리라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김모씨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큰 회사에 취직하고, 얼마 후엔 일곱 살이나 어린 꽃같은 색시와 결혼해, 그의 인생은 잠깐이지만 아주 화사하게 꽃피는 듯했다.

그러나 그걸로 그만이었다. 아내는 생각보다 철부지였고, 회사일 또한 녹록하지 않았다. 회사일이 힘들다 보니 그는 가정일은 아내한테 다 맡겨 두었다. 그래봐야 소꿉장난 같은 살림하고, 시부모님들께 생활비 챙겨 보내드리고 얼굴 잊어버리겠단 말씀 나오기 전에 한 달에 한두 번 찾아뵈면 되는 일이었다.

결혼할 때 그는 아내한테 부모님과 함께 살진 않겠지만, 생활은 자신이 책임져 드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 그때는 아무말 없던 아내였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장남 놔두고 우리가 나설 이유가 없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살림솜씨라니, 된장찌개 하나를 제대로 못 끓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큰 소리가 오가던 어느날 그가 마침내 손찌검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친정으로 가버렸고, 이혼하자고 나왔다.

이제 그 아내의 말을 들어보자. 결혼할 무렵, 남편은 꽤 경제력이 있는 걸로 보였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얼마쯤 보내드려야 한다고 했지만 용돈보다 조금 많은 정도려니 했다. 아무튼 결혼하고 나자, 생각보다 남편은 가진 게 없었다. 취직이 워낙 늦었던 데다가, 그나마 모아놓은 건 결혼비용으로 다 쓴 후였다. 그런 형편에 장남 놔 두고 부모님 생활 전체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일이 힘들다며 집에 오면 짜증도 심했다. 음식타박은 또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바로 가장 신경을 건드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이어지는 건 진저리나는 싸움뿐이었다.

부부 면담을 하다 보면, 분명 둘이서 똑같은 상황에서 함께 겪은 일인데도 각자의 주장이 극단적으로 다른 경우를 흔히 본다. 이 커플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럴 때마다 늘 들려주는 얘기가 있다.

결혼생활에도 비즈니스적인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각자의 주장이 다르다면 왜 다른지, 협상이나 타협의 여지는 없는지 하는 것들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다시 조율할 건 조율해 가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다 보면, 비즈니스는 어렵지 않게 성사된다. 때론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다.www.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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